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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 마수리 Mar 17. 2017

마흔에 겪은 영어 연수 국가와 도시들(2)

브라이튼, 옥스퍼드, 그리고 베를린

 <옥스퍼드, 영국>

옥스퍼드는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다. 브라이튼에서 6개월 체류 예정이었는데 기숙사는 한 달밖에 안되고 다른 숙소를 알아보는 것도 귀찮던 차에 옥스퍼드에서 지낸 사람에게서 분위기를 들어보니 딱 내가 원하던 거였다. 마침 숙소도 그 친구가 머물렀던 홈스테이(사랑스러운 다락방)로 연결되어 내 옥스퍼드행은 그렇게  쉽게 결정되었다. 

조용하고 학구적인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옥스퍼드가 제격이다. 도시 자체가 유물이고 유적이다. 목적 없이 그저 걷기만 해도 좋은 도시, 박물관과 대학의 도시(영국에서  제일 좋았던 건 박물관이 많고 모두 무료 개방이라는 것이었다)이며 유명 관광지는 모두 걸을 수 있는 거리에 있다. 런던의 빨간  2층 버스가 유명하지만 옥스퍼드와 브라이튼도 모두 2층 버스이다.  

옥스퍼드와 런던을 오갈 때는 '메가버스'사이트를 이용해서 예매하면 단돈 1유로로 가능하다. 단, 1~2주 전에 예약해야만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그 금액으로 가능하다. 내셔널 익스프레스와 옥스퍼드 튜브 두 종류의 버스가 있는데 '메가버스'사이트에서 표를 예매하면 옥스퍼드 튜브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버스 안에 화장실도 있고 무료 인터넷도 이용할 수 있다. 옥스퍼드 물가도 런던 못지않게 비싸고 의외로 런던 갈 일도 많이 생기니 알뜰하게 이용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옥스퍼드는 공원과 녹지대가 많다. 무료로 개방하는 칼리지(입장료를 받는 칼리지가 많다) 잔디밭에서 일광욕을 즐길 수도 있고 산책을 하거나 책을 읽을 수도 있다. 학원 수업이 끝나면 종종 그런 곳을 찾아가거나 '유니버시티 파크'를 들렀다. 옥스퍼드에  머물게 되면 이런 곳에서 여유를 찾을 수 있다.

연수를 떠날 때  모든 일정을 짜 놓고 가면 편하긴 한데 중간중간 변경될 여지가 많다. 체류 기간, 도시, 비행 일정,  학원 변경 등. 나는 여러 국가와 도시를 거쳤지만 인도를 제외하고는 학원이 같았다. 하지만 꼭 같은 학원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학원을 두 군데 이상 선택해도 되고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현지에서 직접 알아볼 수도 있다. 에이전시를 통해서 등록하느냐 개인이 하느냐에 따라 수강료가 다를 수 있는데 어느 것이 더 저렴한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학원 입장에서는 에이전시가 아주 중요한 고객이다 보니 개인 등록을 마냥  싸게 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일 것이다. 한국에서 견적서를 받아보고 현지에서 개인 등록 시 비교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옥스퍼드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도시가 작아서 그런지 학원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서(수강생 수의 유동성) 개설된 강좌가 수시로 폐지된 것이다. 계속 그 수업을 듣고 싶어도 못 듣는 경우가 많이 발생했다. 그다지 관심 있는 도시가 없다면 연수 도시 선택할 때 규모와 수강생 수를 염두에 두면 좋겠다

경적 소리도 없고 보행자를 우선하는 운전 문화 , 자전거와 자동차가 도로에서 공존하고 저녁이면 평화로운 고요함이 있는 곳.

내가 사랑하는 도시, 옥스퍼드. 가장 영국다운 모습의 도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팟캐스트 <우왕좌왕 싱글 라이프> 7화-내가 사랑하는 도시

http://www.podbbang.com/ch/14588?e=22365337

팟캐스트 <우왕좌왕 싱글 라이프>

http://www.podbbang.com/ch/14588



<브라이튼, 영국>

브라이튼에서는 한 달 머물렀다. 머무는 내내 흐리고 비가 왔지만 이상하게도 그게 전혀 싫지 않고 운치 있게 느껴지면서 오히려  그 꿉꿉한 날씨를 즐겼던 것 같다. 기숙사와 학교가 딱 1분 거리였기 때문이었을까?

비를 맞아도 무방한 거리. 영국에서는 비가 와도 우산을 사용하지 않고 그냥 맞는 사람들이 많다. 옥스퍼드에서는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비 오고 흐린 날들이 브라이튼에서만큼 그렇게 달콤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반지하방을 혼자 사용했는데, 창문 너머로 보이는 스산한 풍경이 지금도 생각난다. 그리고 bbc에서 매일 밤 흘러나왔던 메르세데스 소사의 영혼 깊은 음악도.

연수 국가와 도시를 선택할 때 우선으로 삼아야 할 것은 개인의 취향이다. 평소 가보고 싶었던 국가나 도시를 염두에 두면 된다. 나는 아메리카 대륙으로는 가고 싶지 않아서 인도와 유럽을 택했는데 선택하고 보니  인도와 몰타 모두 영국의 식민지였다. 다음으로 고려할 점은  위에 쓴 대로  수강생 수. 내가 선택한 학원은 브라이튼 지점이 영국 내에서 규모가 있는 편이어서 수업 선택의 폭이 있었다.

브라이튼은 퀴어 축제가 유명하고 동성애자들의 도시로 알려졌는데 나는 오히려 베를린에서 그들의 자유로움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하기야 브라이튼에서의 내 행동반경은 너무 좁았다.




<베를린, 독일>

옥스퍼드처럼 베를린 역시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다. 

영어 연수인데 왜 독일에  갔는지 의아해할 것 같다. 옥스퍼드 연수가 끝나면 바로 한국으로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독일에  관심 있었던 나로서는 독일의 아카데미 시스템도 궁금했고 체류하면서 독일을 체험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베를린에 있는 대학에 계절학기로 영어 수업이 개설되어 있었다. 수강 과목은 'The  border'(경계, 국경). 제목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지원할 때 딱히 영어 점수를 요구하지 않길래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웬걸 나를 빼고는 모두 원어민 내지는 그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갖춘 학생들이었다. 그때까지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이었는데 그곳은 완전 다른 세상 같았다.

독일인들은 가만히 있으면 무뚝뚝하고 무표정이다. 그러나 길을 물어보거나 도움을 청하면 표정이 급변하면서 매우 친절하다. 사람들의 친절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기회가 되는대로 써볼 생각이다. 

베를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전철에서 책을 읽는 모습이었다. 앉으면 가방에서 두꺼운 책을 꺼내 읽기 시작한다.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도 별로 없다.  전철에서 말하는 경우도 많지 않지만 말을 한다 해도 독일어의 특성 때문인지 시끄럽지가 않다.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독일 사람들은 대체로 영어를 잘한다. 길에서 영어로 말을 걸면 열에 아홉은 알아듣는다. 독일에서 유명한 슈퍼마켓에서 생수를 샀는데  집에서 영수증을 확인해보니  내가 사지 않은 물건이 찍혀있는 것이 아닌가?(독일어는 까막눈) 다시 돌아가 계산원에게 물어봤는데 영어를 못해서 난감하던 차에 내 뒤에 있던 손님이 다행히 영어로 도와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재활용기에 대한 보증금 개념으로 미리 지불하는 거였다. 우리나라의 공병 보증금 같은.   

물론, 장기간 체류나 취업, 이민을 생각한다면 독일어 실력은 필수다.

독일은 지금 시험대 위에 올라와있다. 몇 번의 테러와 불미스러운 사건들로 메르켈의 난민 포용정책도 흔들리고 독일의 오랜 전통이던  대중교통  무개찰 시스템도 무임승차의 중가로 개찰구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연수 후 가장 큰 수확이자 깨달음은 인류 보편성과 각 국가와 민족의 개별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공부, 다양성에 대한 이해.

슈트를 입으면 그에 걸맞은 구두와 가방이 정석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슈트에 운동화와 배낭도, 스커트에 운동화도 얼마든지 허용할 수 있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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