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통로 너머의 신세계
해안로 안쪽 길을 돌다보면 상가 사이에 있는 골목길 하나를 볼 수 있습니다. 그 위로는 용궁장이라고 쓰여있는 낡은 간판하나가 있는데, 이 마저도 신경써서 유심히 보며 걷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지요. 더욱이 골목은 낡고, 허름하고 어두워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통로를 지나고보니 새로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통로 밖으로 나오면 넓은 공터와 함께 커다랗고 붉은 창고 3개가 떡하니 서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분명 들어올때는 좁디좁은 골목길이었는데, 그 뒤로 이렇게 넓은 장소가 숨겨져 있었다니 신기하기만 합니다. 마치 영화 '나니아 연대기'에서 다른 세상과 연결된 옷장같이 말이죠.
통로를 지나 바로 왼쪽으로 커다란 창고 3개가 보입니다. 이 창고는 그 역사 또한 깊습니다. 1920년 일제강점기에 동양척식주식회사가 호남지역의 곡식들을 수탈하는 기관이었다면 이 붉은 벽돌창고는 그 곡식과 물자들을 보관했다가 배로 옮기는 저장고의 역할을 하던 곳입니다.
당시에는 창고로서 특이하게 붉은벽돌로 지어졌으며, 원형그대로 보존이 잘 되어있어 현재까지 존재하는 사례가 드문 건축물입니다.
하늘을 보니 오늘따라 유난히 햇살이 밝고 따뜻합니다. 눈부신 햇살과 함께 하늘이 파랗게 물들었던 날, 붉은 색의 창고는 선홍빛으로 더욱 빨갛고 예쁘게 번져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