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일 때나 환영받지
지난주부터 살사와 바차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골프를 배운지는 이제 두 달 정도 되었나 보다. 둘 다 어린아이 같은 수준이라도 할 수 있지. 아니 어린아이가 뭐냐 갓난아기라고 해야 맞을 듯싶다.
골프는 여전히 자세도 어색하고 20개 치면 한번 잘 맞을까 말까 하고 살사와 바차타는 뭐 할 말이 없다. 어제까지 치면 겨우 두 번째 수업이었으니까. 그런데 나이를 먹어도 칭찬을 받으면 자존감이 올라가는 게 사람인지라 두 번째 수업인데도 정말 잘한다는 칭찬을 받으며 나름 우쭐해 있었나 보다.
살사댄스 모임은 화요일마다 정모가 있어서 춤파티가 벌어진다고 선생님께서 꼭 한번 오라고 해서 오늘 용기를 내서 모임에 가봤다. 가면서도 갈까 말까 엄청난 고민을 하면서. 그러다 이런 고민을 하는 나 자신이 한심해 ‘에잇. 가서 별로면 오면 되고 아니면 말면 되지 뭘 이리 고민하냐!’라고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다.
생각은 그랬지만 마음은 억지로 구겨 넣은 신발 속 발가락처럼 불편한 구석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다. 결국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고 문을 열고 들어간 나는 신세계를 보고 말았다. 정말 다들 춤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 아름다웠다. 마치 자연의 이치에 따라 서로 본능적으로 마주 보고 날갯짓을 하는 한쌍의 새들처럼 짜인 각본도 없이 즉흥적으로 추는 춤들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하지만 아름다운 건 아름다운 거고 금세 이성이 깨어나 날 공격하기 시작했다. 엄청 뺄쭘했다. 보통 남자가 여자에게 가서 춤을 신청하는데 아무도 나에게 신청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난 처음 보는 사람인 데다가 왕초보라고 얼굴에 쓰여있었기 때문이었다. 남자들도 잘 추는 여자와 춤추고 싶어 했다.
문득 예전에 탁구 배울 때가 생각났다. 전남편과 연애할 때 그 사람이 탁구에 빠졌을 때가 있었다. 그래서 자기 레슨을 등록하며 강제로 나도 탁구에 입문을 시켰다. 그때도 쳐 주는 사람이 없어 하루 종일 앉아 있던 게 생각난다. 가끔 잘 치는 선배님이 쳐 주시면 황송해하며 떨어진 공을 주우러 다니느라 얼굴이 새 빨개지곤 했다.
선생님의 주선?으로 세 분 정도 춤을 같이 추긴 했지만 내가 할 줄 아는 게 기본 스텝이니 그분들도 뭘 별로 해주실 수 있는 게 없었고 곡이 끝나면 도망가듯 가버리셨다. 그래서 다시 한번 느꼈다. 뭐든 잘하고 봐야 하는구나. 초보에게 세상은 친절하지 않구나.
골프도 가을에 필드 나가는 게 목표였는데 자꾸 언니가 연습 제대로 안 하면 안 데리고 간다고 해서 치사하기도 하고 압박이 되기도 하고 왜 취미 생활을 하면서도 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가. 왜 초보라서 죄송합니다 를 달고 살아야 하는가.
초보운전이란 글귀를 보면 그 차량을 배려하기보다는 ‘어리버리 나왔구나. 피해 가야지.’란 생각을 먼저 하는 게 솔직한 반응이다. 왜 우린 초보에게 친절하지 못할까. 나도 운전을 시작했을 때가 있었는데. 누구에게나 초보인 시절이 있었건만. 누구에게나 시작은 분명히 있었을 텐데. 솔직히 분했다. 잘해서 나도 우대받는 선택하는 입장이 되고 싶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또 취미생활마저 이렇게 치열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좀 혼란스럽다. 그저 즐겁게 하고 싶어서 시작한 건데. 즐기기 위해 잘하고 싶다가 아닌 무시받지 않기 의해 잘하고 싶다로 변질되는 것 같다.
집에 오는 길에도 집에 와서도 내내 마음이 울적했다. 난 나중에 잘하게 되면 초보를 더 배려해줘야지.라고 쉰소리를 해본다. 초보라서 죄송합니다가 아니라 같은 시작을 겪어본 사람으로서 초보라서 더 환영합니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