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나마, 초파리 너란 녀석
초파리가 알을 낳았다.
그렇게도 조심했는데.
너무 너무 너무 싫어서 그렇게도 조심했는데
봉지 곁에 어느새 한가득 깨같이 생긴 알들이 퍼져있었다. 샤워를 하고 오늘의 찌든 땀을 떨구고 상쾌하게 빨래를 돌리려는 찰나 발견하고 말았다.
하나하나 흔적을 따라가며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가. 어디까지 퍼진 것인가.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이 올라왔다. 그렇다고 오늘 밤 저것들과 잘 수는 없었다. 에어리언의 알을 발견한 리플리보다 더한 징그러움과 역겨움을 느끼며 일단 살충제를 살포했다.
쓰레기봉투가 필요했다. 50리터짜리. 한참을 서서 고민했다. 지금 사러 갔다 와야 하나 말아야 하나. 12시가 다 된 시간 내 몸은 다시 땀으로 젖기 시작했다. 고민은 선택을 늦출 뿐. 엘리베이터를 타고 편의점을 향했다. 쓰레기봉투를 사러 가고 오는 길에 난 허둥허둥 걸었다. 아파트 복도에 마른 잎사귀가 마녀 손가락 마냥 구부러져 있었다. 모든 것이 괴이하고 기괴하게 보였다. 아. 내가 무슨 짓을 한 겁니까. 여름이 정말 싫다. 초파리도 그 자식들도 정말 싫다.
맘껏 사치를 부렸다. 50리터 쓰레기봉투에 악의 봉지를 넣고 꽁꽁 묶어버렸다. 남은 공간이 많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다시 내려가 쓰레기봉투를 버리고 왔다. 여전히 마른 잎은 마녀 손가락처럼 날 향해 있었다.
내 눈은 구석구석 모든 곳을 의심의 눈으로 보고 있다. 이제 정말 여름 동안 집에서 음식물은 안녕이다. 절대 무엇도 집에선 먹지 않으리라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진정시킨다. 한편으론 온몸이 근질근질하기도 하고 눈을 부릅뜨고 녀석들을 찾아냈다. 초파리 세 마리를 죽였다. 난 네가 왜 이렇게 싫을까. 용납을 못하겠다.
가게 이전 후 많은 금전적인 문제와 날 괴롭히던 사소한 문제부터 큰 문제까지 순간 싹 날아갔다. 내 머릿속엔 초파리밖에 없었고 이 시간의 나를 하루 중에 가장 능동적으로 만들었다. 스트레스가 상당했는지 배가 신호를 보내온다. 다시 곧 익숙한 스트레스들이 나를 괴롭힐 테지만 오늘 밤은 이걸로 일단락. 한숨 푹 자자. 할 만큼 했다. 오늘의 날 더 괴롭히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