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비밀번호
아마 난 죽을 때까지 너의 생일을 잊을 수는 없을 거야.
내 계좌와 아이디와 모든 것에 너의 생일이
녹아있거든.
지금 와서 그걸 하나하나 바꾸는 수고를 하고 싶진 않아.
나 게으르잖아.
아니면 그만큼 널 증오하지도 않는 걸까?
굳이 그 숫자들을 바꾼다고
내가 너의 태어난 날을 잊을 수 있을까?
부질없어.
하지만 너의 생일을 비밀번호 칸에 누르고
로그인을 하는 순간마다
난 각성하게 돼.
아. 니 생일.
몇 월 며칠.
죽는 날은 기억하지 말자.
네가 죽는 날은 기억하지 않을게.
언제가 될진 몰라도
태어난 날만으로도 힘들고 벅찬 나에게
너의 죽는 날은 모르게 해 줘.
이미 기억해야 할 날짜들이
너무 많거든.
잘 살다가 잘 가.
그게 서로에게 가장 최선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