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소식
가을 광화문에서
너와 우연히 만났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나의 지인에게
너는 먼저 이름을 부르며 아는 척을 했다고 했지.
지인은 워낙 오랜만이기도 했기에
한참을 널 알아보지 못했다고 했어.
마스크를 벗은 너는 정말 뼈만 남은 듯
말랐다고 하더라.
일부러 체중관리를 한 걸지도 모르지만
너무나 변해버린 모습에 깜짝 놀랐다는 말도 덧붙였어.
잘 지내냐고 하면서 넌 굳이
"난 결혼을 했어."라고 말했다고.
지인은 알고 있다고 답했다고 하더라.
그리고 아기를 낳으려고 한다면서요.라는 말에
6월에 임신을 했었는데 유산을 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대.
이 이야기를 쭉 듣는데
난 왜 심란하면서도 마음이 좋지 않을까.
굳이 결혼한 이야기를 하는 너도
살이 너무 많이 빠져 버렸다는 모습도
유산을 했다는 이야기도
전부 마음을 상하게 만드네.
오고 가는 사람들 속에
너와 내 지인이 만난 것도 신기한데
좀 더 좋은 모습이었으면 좋았을 걸.
좀 더 좋은 소식이었으면 좋았을 걸.
나 이제 정말
너의 행복을 바랄게.
우연히 만나고 우연히 네 소식 들어도
잘 살고 있구나 안심하고 안도하는 편이
훨씬 마음 편한 일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
남보다 못한 남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만도 않은가 보다.
남보다는 잘 됐으면 좋겠다는
남인가 보다.
가을, 광화문에서
들린 네 소식에
괜히 심란해진다.
넌 여전히 교보문고를 좋아하고
혼자서 책 보기를 좋아하고
그렇게 사는구나.
함께 교보문고를 가고
커피 한 잔씩 사 먹고
광화문을 걷고
그랬던 날들이 스쳐간다.
네가 바라는 삶을 살길 바란다.
자녀를 낳고 도란도란
살아가는 그런 삶.
살도 좀 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