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안녕

너무 더러운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by Jude

한동안 글을 쓸 여유가 없었다. 사람과의 관계는 마치 아침에 욕실에 떨어트린 샴푸 덩어리 같다. 바로 샤워기를 뿌려 씻으면 금세 없어질 것을 잠시의 귀찮음으로 저녁이나 다음날 없애려고 하면 한참을 녹이고 비벼서 없애야 한다. 그렇게 변질되고 변화되는 관계의 어려움으로 인해 글을 쓸 여유도, 심적인 여유도 없었다.


난 뭘 생각한 걸까. 사랑, 믿음, 의지할 수 있는 존재? 나의 순진함에 스스로 웃음이 나온다. 아니, 정신 차리라고 뺨이라도 맞은 기분이다. "사랑해"라는 말이 사실 아무 존재가 아님을 이제야 아는 건가. 그렇게 당해 놓고. 그렇게 아파놓고.


사랑. 연애. 남자. 이성.


약 두 달 안 되는 시간. 행복은 길지 않았다. 행복은 고작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 자신만을 생각하고 모든 나와의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고 모든 소비를 나에게 미루는 관계는 나에게 부담이 될 뿐이었다. 그래도 좋았다. 그래도 그 마음은 나에게 있다고 어리석은 생각을 했다. 내 외로움을 상쇄시켜주는 비용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난 더 이상 어린 날의 내가 아니었다. 그 사람에게 무조건 적인 돈을 쓰며 뒷바라지를 더 이상은 하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요즘같이 적자인 상황에서 결코 반가운 상태가 아니었다. 나도 속물이 된 걸까. 얄미웠다. 모든 돈을 내게 쓰게 하는 그 사람이 점점 미워졌다. 자신의 상황을 내세우며 만원도 쓰지 않는 그 사람이 점점 더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더 이상 그 관계가 즐겁지 않았다. 나를 호구라고 생각하는구나. 점점 더 생각이 각인되었다. 그래도 버텼다. 그래도 사랑한다고 하잖아. 좋아한다고 하잖아. 바보 멍청이. 도대체 그게 뭐라고.


왜 그렇게 사랑받고 싶은 건지. 왜 그렇게 외롭고 싶지 않은 건지. 왜 오롯이 나로 설 수 없는 건지. 나 자신이 비겁하고 한심하게 느껴질 때. 끝낼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 이성이나 사랑에 대해 만나고 싶은 열망도 없어졌다. 뭐가 사랑인지, 뭐가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원래 사람의 진심이란 알 수 없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사람 자체를 믿기 어려워져 버렸다.


가게의 아끼던 키 큰 선인장이 벌레를 먹었는지 안에서부터 죽어가고 있다. 그 죽음의 과정을 보는 것이 고통스럽다. 그러면서 내 마음도 그렇게 죽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서서히 말라죽어가고 있다. 따스함. 장점을 보는 눈. 웃는 미소에서 느끼는 편안함. 그 모든 것들이 사그라드는 것이 느껴진다. 이제 웃는 것도 편하지 않다. 언젠가 다시 따스한 사랑에 웃게 되는 날이 오긴 올까. 지금은 이런 말을 적는 것마저 염증난 부위처럼 쿡쿡거리며 마음이 아리기만 한데.


너의 흔적을 지우며 홀가분함을 느낀다. 한편으로는 혼자로서의 편안함과 안전함을 느끼게 해 준 너에게 감사를 전하며.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가을 광화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