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누구의 죄인가?
도둑은 죄가 없다
어머니는 그 말을 즐겨 쓰셨다. 난 그 말이 피해자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고 가해자를 옹호하는 말로 들려서 들을 때마다 거북했다.
하지만 막상 내가 당하고 나자 할 말이 그것뿐이었다. 내가 집에 들였고 내가 집을 허락했고 보이는 곳에 돈봉투를 뒀고 그 사람을 집에 혼자도 뒀고.
꽤 적지 않는 돈과 금 한 돈이 없어진 걸 알고 나서야 점점 비어간 내 곳간 사정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너무나 충격에 빠졌다. 말이 좋아 곳간이지 실제로는 쥐구멍도 아닌 내 자산을 야금야금 그렇게 가져간 그 인간이 너무 가증스럽고 징그러워 말도 섞기 싫어졌다. 얼굴도 바라볼 수가 없었다.
도둑은 죄가 없다는 말처럼 내가 널 의심하는 게 잘못된 걸까? 단순한 내 계산 착오인 걸까? 하지만 가게를 이전하고 사람들에게 받은 돈은 내 최후의 보루로 쓰려고 절대 건들지 않은 내 진심을 너는 무시했다. 그리고 그 돈에 손을 댄 것이 아마 너의 가장 큰 실수일 것이다. 다른 것보다 그 돈들은 내가 건들 수가 없는 돈들이었거든. 과부의 두 렙돈처럼. 나에게는 어마 무시한 의미가 있는 돈이라 쓸 수가 없던 돈이었는데 마치 쥐가 치즈를 갉아먹듯 2만 원, 10만 원 이렇게 빈 봉투를 보며 조소가 나왔다. 완전 빈 봉투로 둔 봉투를 없더라. 20만 원 있던 봉투엔 10만 원. 10만 원 있던 봉투엔 8만 원. 이런 식이더라.
난 화가 났다. 이런 상황이. 그런데 도리어 너는 나를 협박하고 있더라. 날 협박하는 너에게 겁먹어 난 차마 '네가 내 돈에 손을 댔니?'라는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이렇게 무능력하고 무기력한 인간임에 치가 떨렸지만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나. 가마니는 아니니까. 준비할게. 준비하고 보여줄게. 네가 날 우습게 보고 가소롭게 보는 만큼. 세상이 만만하지만은 않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