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친구가 알려준 데이트 어플에 가입해서 눈여겨 나름 보고 있다. 일단 가장 필요한 건 저녁에 운동복 입고 나가서 술 한잔 하며 하루 있었던 일을 나눌 수 있는 수다 남사친이었다. 나이 40 넘어서 이게 얼마나 가소로운 백설공주 시나락 까먹는 소린지 알고 있다. 일단 짧고 깊게 시작되는 것이 성인들의 데이트 아니던가. 그래도 꿈꿔본다. 그런 동화 속 왕자님은 아니더라도 일곱 난쟁이 친구들이라도 있음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이 앱에는 프로필에 이상형을 선택하는 칸이 있다. 난 얼굴 키 경제력을 선택했다. 좀 뻔뻔한가 생각했지만 그냥 솔직해지기로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게시판을 보다가 여자들이 하나같이 남자 경제력을 본다면서 좋지 않은 어조로 쓴 어떤 익명의 남자 글을 보았다. 그렇게 남자의 경제력에 편승해서 인생 편하게 살 거면 자기네들도 그만큼 외모가 받쳐주냐는 식의 어조였다.
내가 웃펐던 부분은 내가 그동안 봤던 남자들의 프로필 이상형은 한결같이 몸매 외모 등을 선택했으며 ‘이런 사람은 싫어요’에는 ‘자기 관리 안 하는’을 선택해 놓았다는 사실이었다. 말이 자기 관리지 몸매와 외모 아니겠는가.
난 남녀의 차이에서 오는 차이점을 서로 인정하지 않는 걸 정말 싫어한다. 가장 큰 예로 군대와 출산 같은 문제이다.
솔직히 그 글을 봤을 때 기분이 나빴고 불쾌했다. 뭐 내가 딱 그 경우에 수에 들어서라기보다는 (사실 이 이유가 큼) 남자가 바라는 것과 여자가 바라는 것은 사실 뻔한 것인데 그걸 대단히 비아냥 거리며 글을 쓸 정도의 남자들 사이에서 내가 이 데이트 앱을 통해 만나야 하는 것이 쓰레기통에서 모르고 버린 내 소중한 반지 찾기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여자는 인정보다 안정을 위해 경제력 있는 남자를 원하는데 그걸 자기가 힘들게 고생한 인생 위에 편하게 올라타려는 여자 취급을 한다는 게 일단 상대방을 위한 예의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내가 이혼한 가장 큰 이유였던 그 사람의 인식이 대다수 남자의 생각이라면 정말 씁쓸하고 이기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좋은 몸매도 아니고 연예인급 외모도 아니지만 예쁜 여자를 원하는 남자들을 충분히 이해한다. 사실 두 가지 문제에 대해 나는 유전적으로 내려오는 본능에 의한다고 생각하는데 여자는 가정을 안정적으로 지켜줄 배우자를 원하고 남자는 우성적으로 뛰어난 유전자를 원하는 것이다. 사실 둘의 니즈는 어떻게 보면 본능에서 나온 것인데 그 사실로 서로를 한심하게 보고 헐뜯는 콜로세움 같은 그 안에서 또 서로를 찾고 절실히 원하는 현실이 아이러니할 뿐이다.
아직 오프라인 만남은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지만 오늘도 이렇게 실망한 마음으로 또다시 데이트 앱을 켜보는 내가 제일 아이러니하다.
한 번은 만나보고 싶긴 한데 자신이 자꾸 없어진다. 내 멘탈이 나가지 않고 만남을 가질 수 있을지. 보호자이자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자 하기엔 이제 세상이 너무 변해버린 건지. 넌 너대로 강하고 난 나대로 강하고. 그렇게 살자는 세상인 건지. 필요할 때만 편하게 만나 사랑하고 헤어지면 귀찮게 굴지 않는 게 쿨한 건지. 그 사람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스해지던 그런 순간은 이제 오지 않는 건지. 웃프고 웃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