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좀 어때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고 치자.
아무것도 없다고 치자.
그럼 좀 어때.
내가 그런 엄청난 성공과 성취를 위해
너와 이혼한 건 아니잖아.
그건 함정이다.
아주 큰 함정이다.
이혼한 사람들이 혹은 헤어진 사람들이 겪는.
너 겨우 이렇게 살려고 이혼했어?
그 사람보다 잘 살아야지 그게 복수야.
주위의 이런 말이 자석처럼 따라붙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대단히 내가 잘못살은 것 같은
잘못된 판단을 한 것 같은.
그래서 벌 받는 것 같은.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데 시간이 걸렸다.
난 부자로 떵떵거리며 살기 위해
내 삶이 경제적 여유로운 삶을 누리기 위해
이혼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기 위해
그리고 그렇지 못함에 고통스러웠다.
사실 경제적 안정을 누리려면 이혼하지 않는 게
더 확률이 높았지.
하지만 자유롭기 위해 내 삶을 나로 누리기 위해
이 길을 걸었음을 인정하고 자유로워지기로 했다.
삶이 조금 고달프고
경제적으로 힘들면 어때
괜찮다고 하자.
그러면 좀 어때.
지금 이대로 편하고 좋은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