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에 다녀왔다. 소상공인 필독!!

소상공인의 삶은 너무나 고달퍼라.

by Jude

경찰서에 다녀왔다. 사건이 있어야 글을 쓰게 되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이지만 결국에 그렇다. 최근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심란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찌보면 별 게 아닌 일인데 사람이다 보니 영 마음이 쓰이는 게 아니다.

사건-이라도 하기엔 너무 거창하게 들리지만-의 시작은 이렇다. 가게의 매출이 없다보니 나가는 고정비들을 감당해야하고 심적인 부담이 커졌다. 손님은 없고 전화기는 얼었다. 지독한 더위 속에 가게에 고립 된 기분이었다. 거리는 사람 그림자도 보기 힘들었고 간혹 지나가는 사람의 형태라도 볼라치면 반갑기 그지 없었다. 서론은 이쯤하고 아무튼 돈이 필요했다.

그나마 금리가 낮은 정부정책 지원금을 알아보니 이미 3분기 대출은 마감되었고 4분기 대출은 불분명했다. 애간장이 탔다. 줄줄이 나가야 할 가게세와 집세, 렌트카 비용, 대출금, 이자… 심란한 마음으로 일 분 일 초 애태우며 지내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정부정책자금을 받을 수 있게 컨설팅해준다는 광고를 보게 되었다.

굶주린 물고기는 덥썩 미끼를 물었고 자세히 보지도 않고 계약서에 싸인을 했다. 상대업체가 요구한 댓가는 대출 천만원당 오십만원의 수수료. 낚시에 걸려든 물고기에겐 그게 상한 미끼든 죽은 미끼든 상관없는 것이다. 당장 배를 채울 수 있다면.

결론은 늘 그렇듯이 급하고 약한 쪽이 희생된다. 생각보다 너무 높은 금리에 나는 대출을 받지 않겠다고 했고 그들은 정체를 드러냈다. 이미 대출 승인이 난 이상 나에겐 두 가지 선택권밖에 없다고 했다. 대출을 받고 약속 된 수수료를 지불하던가 2년동안 정부정책자금에 관련 된 대출은 받을 수 없다고 했다. 내가 계약을 해지하고 싶다고 해도 자기네 계약에 해지는 없다고 한다. 대출을 받지 않고 지금까지 수고한 댓가를 지불하겠다고 해도 자기네 일이 무형의 서비스같은 것이기에 돈으로 환산할 수가 없다고 한다.

난 화가 난다. 정부 지원대출을 받으려는 소상공인은 정말 조금이라도 낮은 이자로 생계를 이어가려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을 이용해 이완용도 울고 갈 이런 불평등한 계약을 목줄 삼아 쥐고 흔들겠다고? 그래서 경찰서를 찾았다. 콩닥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지능형범죄수사실을 용감하게 들어섰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차가운 말에 기죽지 않으려고 애쓰며 입을 뗐다.


“사기를…당한거 같아요.”


잠시 시간이 멈춘 듯 정적이 흐르더니 곧 저쪽에서 퉁명스럽고 명확한 목소리가 귀에 꽂힌다.


“여긴 아무나 오는 곳이 아니예요. 그런 일이시몀 건너편 건물 일층 민원상담실로 가보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황급히 문을 닫고 다시 호다다닥 건너편 건물 민원실로 들어간다. 많은 민원인들에 찌들고 찌든 잿빛인간이 앉아 있다. 최대한 도움을 구하며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건성건성. 잿빛인간의 대답은 한결같은 느낌이다. ‘뭐 해드릴 건 없는 것 같네요.’ 아마 내 앞의 사람, 그 앞의 앞에 사람, 내 뒤의 사람. 다같은 대답을 들었을 것 같은 강한 확신이 든다. 비척비척 걸어나온다. 문을 열고 나오자 한 젊은 커플이 대기하고 있다. 그래도 경찰이 뭔가 해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은 얼굴로.


각자도생이여라. 경찰도 내 의지가 되지 못하고 힘이 되지 못한다. 결국 경찰도 공무원이고 일을 줄이는 게 현명한 것인데 뭘 기대한걸까. 나같은 애가 사기도 아닌 이런 일을 당한 것이 아무런 조사거리도 되지 않겠지. 물질적 손해를 입었냐고? 2년간 정부자금을 대출받지 못하는 건 물질적 손해 아닌가. 그들이 무슨 권리로 도대체 내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인지.


유투브나 인스타를 보다보면 너무나 많이 보인다. 정부지원대출을 받게 해준다는 그런 광고들.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 없는 이들의 피를 빨아먹는 그런 인간들. 더구나 버젓이 ㅇㅇ회계세무사무실이라고 사업자까지내서 장사는 이들이 같은 사업자를 등쳐먹는 이런 세상이 정말 안타까울 뿐이다.

내일은 다른 기관들을 찾아가 보려고 한다. 이미 그들에게 바보같이 너무 많은 자료를 줘서 빨리 폐기하고 싶은데 계약해지가 안된다니 어떻게든 계약을 해지하고 내 개인정보를 폐기하고 싶을 뿐이다.

이렇게 또 세상을 배운다.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당하고 분하고 억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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