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헤어졌다

그래봤자 내 생에 두 번째 연애였지만.

by Jude


사실 그랬다. 일본 가기 이틀 전 어마무지한 이별을 했다. 수많은 언덕을 오르고 내렸던 대장정이 끝났다. 이혼 후 나의 연애. 외롭고 힘들어 놓지 못할 것 같았던 손. 예쁘다고 예쁘다고 몇 번이나 말해주던 목소리. 모든 게 무너져 사그라졌다.


끝까지 갈 수 없는 사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럼 과연 어디서 어떻게 끝나게 될까. 늘 불안함과 궁금함이 우리의 관계를 외줄 위에 올려놓곤 했다. 결국 서로에게 최악의 모습을 보인 뒤에야 우린 돌아섰다. 어쩔 수 없는 걸까. 왜 끝에선 이렇게 최악의 모습만 남겨야 하는 것일까.


베란다의 부서진 화단이 날 슬프게 한다. 괴수가 할퀴고 간 듯한 찢어진 방충망이 서글프다. 뛰어내리겠다는 사람과 안 된다고 붙잡고 외치던 나. 어린 시절의 내가 오버랩되었다. 엄마를 때리는 술 취한 아빠. 울면서 때리지 말라고 아빠 다리를 잡고 온갖 작은 힘을 꺼내어 울며 소리치던 나. 엉망이 된 집에서 울고 또 울었다. 그래도 난 어린 나를 이제는 지켜줘야 한다. 지켜주고 싶다. 멍든 무릎 두 개를 가만히 바라본다. 열흘이 지났는데도 멍은 낫지를 않았다. 파인 상처에는 아직 새 살이 다 메워지지 않았다.


헤어지지 못해서. 못 헤어져서.

다행이다. 그렇게 모질게 최악의 모습으로 떠나 줘서 나 이제 당신 생각이 조금도 나질 않으니. 옆에 누가 없어도 괜찮다. 이제 아무 신경이 쓰이질 않는다. 현장에서 당신을 봐도 아무렇지 않을 것 같다. 그날 당신의 화마 같은 분노의 난리 속에 내 남은 너에 대한 마음 또한 함께 모두 태워버렸나 보다.


일본에서 온 뒤로 금주하고 있다. 계단 오르기도 계속하는 중이다. 아침에 일곱 시에 일어난다. 난 아주 좋아지고 더 좋아지고 있다. 넌 여전히 밤마다 막걸리를 세 병씩 먹고 자겠지. 누워서 책 보는 걸 좋아하겠지. 일이 없을 땐 열 시 열 한시에 일어나겠지.


상관없다.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차분하다. 이혼 후 느꼈던 방대했던 자유와 처절한 우주적 외로움이 아니다. 뭔가 내가 누릴 권리로서의 자유와 평온함이 느껴진다. 나는 남자 없이 잘 살아~ 노래방에서 즐겨 부르던 노래 가사가 이제 즐겁게 입에 탁 붙는다. 더 좋은 걸로 내 삶을 채워나가야지. 안녕!!! 잘 살아라. 너도 고생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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