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하루 먹었고요..;;;
일본 여행을 다녀온 뒤 금주를 하고 있다. 사실 이혼 후 하루 소주 한 병은 꼬박꼬박 먹는 게 습관이 되어 버렸다. 사람들을 만나면 당연히 술을 먹고 집에서는 혼술을 하며 하루를 나름 즐겁게 마무리하곤 했다. 오늘은 무슨 술을 마실까 고민하는 게 그날의 낙이였다. 이거 약간 중독 아냐?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굳이 그 생각을 꼬리 잡아서 깊이 파고들고 싶진 않았다.
문제가 일어난 것은 작년부터였다. 아니, 사실 훨씬 전부터였는지도 모른다. 술을 먹고 주사를 부려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한 적도 많고 넘어져 다쳐 얼굴에 흉터도 생겼다. 내가 작년부터 문제가 되었다 한 것은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것을 넘어서 내 몸에 한계가 온 것을 말한다. 일단 술을 먹으면 밤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노란 액을 토할 때까지 끊임없이 토하게 되었다. 처음엔 과음해서 그런가 했는데 열 번 마시면 열 번은 그런 증상을 겪게 되었다. 이렇게 되니 술 먹는 게 좀 무서워졌다. 그래도 술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단지 췌장과 간, 위장이 안 좋구나 생각할 뿐이었다.
이번에 이별을 하고 일본에 스키 타러 가서 저녁에 술을 먹으며 나를 모르는 제삼자가 내가 술 먹는 것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알게 되고 충격에 빠졌다. 언니네 커플과 같이 간 지인 분이 내가 술을 먹는 걸 보고 굉장히 단호하게 술을 끊으시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 사람은 내게 중요한 사람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완전한 타인의 진심 어린 충고는 머리를 한 대 세게 맞은 것과 같은 효과를 주었다.
사실 술을 끊을 수 있을까? 그동안 몇 번이나 생각을 해 봤지만 이것이 나의 즐거움!!이었기에 굳이 술을 끊어야 하나 생각했다. 나의 정말 친한 지인 몇몇의 진심 어린 충고에도 ‘줄이긴 해야지…‘라고 생각만 할 뿐이었다.
그러나 일본에서 많은 충격과 자존심의 상실을 겪은 나는 다시는 이런 대우를 받을만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자제를 모르는 사람은 무식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게 나였다. 술을 먹되 적당히 먹고 즐길 만큼만 먹어야 하는 기본을 나는 잊은 지 오래였다. 술이 취하려고 먹는 거지!! 술을 먹고 실수할 수도 있는 거지!!라는 생각은 무식한 생각임을 깨달았다. 어린 왕자에서 어린 왕자가 매일 술에 취한 사람에게 왜 맨날 술을 먹냐 물어보자 “매일 술을 먹는 게 부끄러워서 술을 먹는다”라고 했는데 딱 내 이야기였다.
그래서 한국땅을 밟는 순간부터 난 금주를 하기로 했다. 나를 위해서, 나를 자제하는 것부터 배우기 위해서. 막상 아예 안 먹으려고 생각하니 굳이 술 생각이 나지 않았다. 가장 고비는 금주 4일째였는데 그날 비가 부슬부슬 오는 밤 막걸리에 전이 너무 먹고 싶었다. 그러나 탄산수를 마시며 참았다. 그러다 보니 8일이 훌쩍 갔고 술 생각이 전혀 나질 않았다.
그러나 명절은 피할 수 없었다. 명절날 맥주를 친척들과 또 진탕 먹어버렸다. 다시 0부터 시작. 다시 금주를 시작했다. 역시 모임은 위험하다. 그래도 이런 추세로 가면 한 달에 두 번 정도로 술자리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아예 일 년에 몇 번으로 줄일 수도 있을 것이고. 처음에는 왜 내가 저런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한심한 눈초리를 받으며 지적을 당해야 하나 몹시 기분이 상했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내가 나를 자제할 수 없다는 것은 이 나이가 되어 부끄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고 싶어도 상대방들이 불편해하면 그 행동을 안 하는 게 맞는 거겠지.
아무튼 나는 꽤 나 스스로를 대견해하고 칭찬하고 있다. 집에 남은 저 위스키들을 어찌해야 하나 고민이다. 아직 뜯지 않은 게 두 병이 있는데 누굴 주던가 해야겠다. 꼭 새해가 아니더라도 자신을 위해 뭔가 하나씩 좋은 일을 시작하는 하루가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