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빠의 연애담-그들만의 사랑법.
엄마의 갱년기.
엄청 힘들었대.
짜증과 신경질이 애 낳은 후 보다
훨씬 심해서
견딜 수가 없었지만
참고 또 참았대.
우리 아빠는 그런 걸 알아줄
위인이 아녔거든.
그날은
할아버지의 제삿날이었대.
밀려오는 짜증을 참으며
겨우겨우 부엌에서 전을 부치고
있던 엄마에게
옥상에서 난이랑 화분을 가꾸던
아빠가 뭘 가져다 달라고
소리소리 지르더래.
잘 들리지도 않고
신경질을 참을 수 없던 엄마는
“나도 바쁘다고!!!”라고
소릴 질렀대.
그랬더니
옥상에서 내려온 아빠가
다짜고짜 엄마의 뺨을 때리지 않았겠어.
다른 때면
맞고 가만있었을 엄마지만
갱년기의 그녀는 다른 때와 달랐지.
부치던 전을 다 뒤집어
엎어버리곤
“니 아버지 제사니까 니가 알아서 해라!!”
라고 소리쳤대.
아빠는 당황했겠지?
그러더니 배낭을 챙겨서 집을 나간 건
아빠였어.
그 와중에 또 엄마는
저 인간이 어디 가서 혼자 죽는 건 아닌가 싶어서
살금살금 따라가 봤대.
전철을 타려고 기다리고 있길래
엄마가 다가갔더니
아빠는 “뭣하러 따라왔노?”그랬대.
아마 내 생각이지만
아빤 엄마가 따라와서 기뻤을 거야.
“어디 가서 혼자 죽을까 봐 따라왔다 왜!”
“죽긴 내가 와 죽노”
그리곤 두 분은
어디 바닷가로 바람을
쐬러 갔대.
엄마는 그제야
내가 갱년기이고 여자가 그럼
좀 이해도 해주고 해야지라고
이야기했고
아빠는
내가 그런 걸 우에 아노
갱년긴지 뭔지 그런 걸 라고
대답했대
결국
해피엔딩인 하루였지
근데 난 왜
이 이야기가 이렇게
달달하게 들리지.
부모님도 그들만의 방법으로
사랑을 했구나
싶어서 어떤 연애담보다 달달하더라고.
처음엔 아빠가 그럼 그렇지 했는데
두 분도 나름의 방법으로
그걸 풀어가고 있었네.
다행이다.
두 분이 마냥 불행한 결혼생활을
한 것만은 아니라서.
정말 흙더미 속에
간혹 빛나는 말 한마디,
소중한 순간 드문드문이라도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