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혼이야기.28

28.나 때문이야?

by Jude

여느 주말과 같은 주말이었다. 그 사람과 나는 저녁을 먹으러 시댁에 갔고 근처에 우리가 자주 가는 오리구이 집을 갔다. 맛있게 익은 오리고기를 먹고 있었는데 한참 후 시아버님이 입을 여셨다. 정말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앞서 말했듯 시댁은 경제적으로 정말 어려웠다. 그러나 시할머님은 불굴의 절약 정신으로 명절 때마다 받은 용돈 등을 모아 그 돈으로 천만 원가량을 만드셨다. 그 통장을 시아버님이 발견하셨고 시할머님은 그 돈을 300만 원은 아버님께, 200은 결혼 안 한 시여동생에게, 나머지 돈은 고모님들과 그 자녀들을 불러 나눠주셨다는 간단한 셈 이야기였다.


문제는 거기에 나와 그 사람, 그리고 시누이 언니는 빠져있었다. 논의 과정이나 자기들끼리 모여 그 1인당 50도 안 되는 돈을 나눠 가지면서 우리는 전혀 알지 못하고 일은 진행 완료 상태가 되어있었다.


만감이 교차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항상 제일 앞에서 할머니를 챙기고 마음을 썼는데 어떻게 우리를 쏙 빼먹을 수가. 친정에서는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많이는 아니지만 한 명당 천만 원씩 아버지의 재산을 나눠줄 때도 사위에게 오백만 원씩 딱 딱 나눠줬었는데.


그 뒤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먹는 둥 마는 둥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집에 왔지만 집에 오는 길에 난 서운함에 치를 떨었다. 그리고 이제 시댁에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다 미웠다. 평소에는 할머님 병원비 내기 싫어서 벌벌 떨면서 몸 사리면서 돈 얼마 되지 않는 거 나눠 갖는다고 하니까 자기들끼리 쏙 모여서 일을 해치운 그 행태. 그러면서 한 마디 상의나 고지도 우리에겐 하지 않고. 그리고 그 얼마 되지 않는 돈, 병원비라도 하시게 시할머님이 갖고 있게 그냥 두지 그걸 또 쏙 받아 챙기는 그 행태!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시아버님. 여러 가지 생각과 분노와 배신감이 날 치 떨게 했다.


평소 내가 시댁과 시할머님께 마음을 쏟은 걸 알기에 그 사람은 자기가 뭐라고 못하겠다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 그렇게 시댁에 대한 모든 게 물거품이 되는 기분이 되어 집에 왔다.






그 뒤로 시할머님께 전화가 왔지만 난 받지 않았다. 시댁에도 가지 않았다. 시언니는 나에게 전화를 해선 분노를 나눴다. "정말 속상하지? 나도 너무 화가 나." 시누이의 그런 공감은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시댁을 안 가고 할머니의 전화를 받지 않으면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자책감이 상쇄되는 느낌이었다.


더 이상 착한 며느리로 살지 않으리라! 남은 게 무엇이더냐. 결국 팔은 안으로 굽고 가재는 게 편인 것을. 나도 차라리 친정에 더 잘하자. 이런 생각으로 대략 6개월 정도를 보냈다. 시할머니는 자신이 뭔가 실수한 것을 깨달으신 것 같았지만 모진 내 마음은 그런 것을 표현하실 기회도 드리고 싶지 않았다.


6개월 후 시댁에 다시 갔다. 그 사이 마음이 누그러졌다기보다는 이제는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 어차피 시댁은 내가 그리고 그 사람이 짊어진 짐인 것을, 이런 생각이 강했다.


그리고 1년이 좀 더 지난 후, 시할머님의 위암이 발견되었다. 이미 3기 이상을 지났고, 연세가 많기 때문에 수술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저 앉아서 돌아가실 날만을 기다리게 되었다.


잠을 자려고 누워있던 어느 날 밤. 그 사람이 입을 뗐다.


"그 건강하시던 분이... 그렇게 갑자기 암에 걸리시다니...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으셨으면... 어디 가지도 못하시는 분인데 아무도 전화도 안 받고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내 귀를 의심했다.


"지금 나 때문에 암에 걸리셨다는 거야?"


나의 어이없어하는 말에 그 사람은 굉장한 아량을 베풀듯이 말했다.


"난 자기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자기 입장도 이해하니까..."

"결국 나 때문에 암에 걸리셨다는 거잖아?"

"......"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그 사람의 나에 대한 원망의 깊이가 얼마나 깊을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단 한 번도 그 사람에게 서운함을 표현한 적이 없었다.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멍에를 타인에게 씌우는 것은 너무나 잔인한 행동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미 난 그 사람에게 시할머니의 암의 원인에 대한 지대한 영향을 끼친 존재가 되어 있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억울함과 비통함이 올라왔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난 큰 죄인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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