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_극소심하지만 어쨌든 사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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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de

나는 앞서 다른 글에서 밝힌데로 자신감이 많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자아도 약하고 성체가 되지 못한 애벌레같은 존재랄까요.


하지만 남편-지금은 전남편이 된, 하지만 편의 위해 일단 이 글에서는 남편이라고 하겠습니다-의 강력한 권유로 39살에 덜컥 인테리어 가게를 차리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부탁이나 제의를 잘 거절하지 못하는 나는 또 모르는 게 힘이라고 가게 자리를 열심히 찾아서 덥썩 가게를 계약해 버린 것입니다.


그 전에요? 그 전에는 소위 경단녀로 거의 9년을 집에 있었습니다. 남편은 한 사람이라도 원하는 삶을 살자며 300만원이상 벌어올 거 아니면 직장에 다니지 말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집에 있으면서 느낀 건 난 집안일은 못하는 사람이구나 였습니다. 남편이 퇴근할 때가 되면 왠지 숙제 검사받는 아이처럼 집안을 돌아다니며 치우고 저녁을 준비하고… 전 그게 스트레스였습니다. 남편의 기준엔 당연히 미달 된 점수였구요.


결국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틈틈히 동화구연도 배워보고 어린이 논술도 배워보고 어린이 미술도 배워보고 캘리그라피도 배워보고… 정말 안 배운 게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배워서 수업을 하고 받는 돈은 시간 투자 대비 내 용돈도 안 되는 벌이였습니다.




어느날 남편이 그러더군요. 이제 배운 것들로 수익을 창출해야할 시기 아니냐고. 맞는 말이였지만 자신은 없었습니다. 그 때 남편이 제안한 것이 인테리어 가게를 차리라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전공이 인테리어니 그걸 살려 가게를 차리라는 것이였지요.


인테리어. 전공은 했지만 큰 벽을 느껴 피하고 싶었던 그 직업. 하지만 몇 번 집수리를 해보며 재미를 느낀 건 사실이였습니다. 그 낡은 집이 뽀얀 새집으로 변화하는 그 기쁨.


문제는 제 극소심한 성격이였습니다. 아들을 기다리던 집의 다섯번째 딸로 태어나 눈치만 보면서 자란 나는 남들의 반응과 기분에 굉장히 민감하고 예민하며 나의 감정이나 내가 하고싶은 것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맞춰주는 것에 너무나 익숙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길진 않지만 2년 좀 넘은 시간 동안 그래도 극소심한 제가 사장으로 살아온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이렇게 극소심해도 어쨌든 사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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