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전 한장
이사를 하고
가게도 옮기고
생활권이 바뀌면서
기존에 다니던 정신과를
좀 더 가까운 곳으로
옮기기로 결심했다.
그래도 거의 3년을 다닌 곳인데
병원을 옮기겠다고 하니
그 병원에 제출하라고 하며
나에게 준 것은 처방전 한 장.
난 그저 처방전 한 장의 존재였다.
아무 의미도 없는 알약들의 이름들.
내가 먹어온 지금도 먹고 있는
필요시 약과 취침 전 약.
그래 그런 이름들이었구나.
수많은 병원을 거쳐온 나는
병원이 거창한 가치를 추구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가장 큰 목표는 당연히
이윤이다.
하지만
오늘은 많이 씁쓸했다.
3년을 다닌 병원.
선생님이 좋아서 이사 가도 난 이 병원을
다닐 거라고.
인생은 장담하지 말라는 말처럼
지금은 뭔가 무지한 타인보다 못하게 된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관계가 아니었다니.
난 그냥 처방전 한 장이라니.
환자도 아닌 넘버 몇 번의 존재.
모든 걸 관계로 만드는 내 질척거림도 싫지만
업무와 이해관계로만 냉철한 차가움도 시렵다.
쓴 기분으로 오늘도 이렇게
하나를 깨닫고 하나를 더 알아간다.
마음을 주지 마.
너만 바보가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