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회사에서 이메일쓰기(2)

by 생각만 하다가

불과 십여년전만 해도, 후배들에게서 가장 우러름을 받는 선배는 '공문'을 잘 쓰는 사람이었다. 무슨 말이냐면 사내가 되었건, 사외가 되었건 조직 간의 모든 업무는 결국 문서로 귀결되었으며, 문서를 주고 받으면서 의사결정을 하고, 책임을 가르고, 성과를 가늠했다는 말이다.

지금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세대는 이메일을 초등학생때부터 사용하던 사람들이다. 이메일로 과제를 제출하고, 성적표를 공지받으며, 이력서에 자신의 이메일을 기재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세대이다. 하지만, 이메일로 업무를 하는 것에 능숙하냐면 천만의 말씀이다. 숨쉬든 자연스럽게 이메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온 세월만큼이나, 이메일 작성을 아침 출근길에 우연히 만난 동네 친구에게 잡담을 나누는 것 쯤으로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회사 혹은 부서간의 오가는 공문이 없어지고 이 공문을 대체한 것이 이메일인 만큼, 회사에서 업무 중에 작성하는 이메일은 과거의 공문과 같은 기능을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메일의 본문은 간결하고 요약이 된 내용으로 작성해야 한다. 대화를 나누듯이 구술형으로 주저리 주저리 문장을 써내려가는 것은 당신의 이메일을 읽고 업무를 수행하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매우 시간 낭비이며, 당신의 미숙함을 드러내는 셈이 된다. 예를 들어, 사내 부서간의 회사의 신상품 홍보를 위한 캐치프레이즈와 광고 시안을 검토하기 위한 회의를 통보하기 위한 메일이라다면, 제목은 'ㅇㅇㅇ 신상품 홍보 및 광고 시안 검토를 위한 관련부서 회의 통보'로 정할 수 있다. 이후에 작성할 본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회의 일정과 참석 대상이다. 그리고, 해당 회의에서 참석자가 준비해야 할 것, 기대하는 내용 등을 추가하면 된다. 이 내용을 참석 대상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서 진행한다고 생각해 보자. 당신은 통화에서 무엇을 알려주고, 무엇을 물어볼 것인가? 해당 부서에 전화를 걸어 정확한 참석 대상을 확인하고, 참석 당사자와 직접 통화를 하고자 할 것이다. 그리고, 회의의 목적과 주요한 내용을 알려주고, 일정을 확인하여 참석 여부를 물어볼 것이다. 만약에 당자사가 참석이 불가한 일정이라면, 회의 결과를 추후에 공유해 주겠다고도 말할 수있지만,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의사 결정권자라면 일정을 조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참석 대상이 이 한두 부서에 그치지 않고 다수의 대상이 된다면, 이러한 전화를 모든 부서에 걸어서 되도록이면 모두가 참석할 수 있는 일정으로 조율하는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다.


즉, 이 'ㅇㅇㅇ 신상품 홍보 및 광고 시안 검토를 위한 관련 부서 회의 통보'라는 메일은 단순히 회의 일정과 내용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에서 끝날 수 없음을 이해할 수 있다. 일정과 회의 주제외에도 참석 여부에 대한 회신, 누가 참석할지, 참석자는 회의 참석 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지금 보내는 이 메일을 통해 물어봐야 한다. 물론 사전에 일일이 해당 부서에 연락하여 일정을 확인하고, 참석 대상을 물어봐서 정확한 대상과 일정을 확정한 후 최종적으로 회의 통보 메일을 보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메일이 될 수 있다. 다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메일이라는 보다 편리하고 확실한 통신 수당을 확보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사전 업무 절차'와 '전화 통화'도 이메일로 진행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했던 '이메일을 보내기 전에 체크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서 대충 정리가 되었다면 실제로 메일을 작성해보자.


제목 : ㅇㅇㅇ 신상품 홍보 및 광고 시안 검토를 위한 관련 부서 회의 통보


이메일 내용 :


아래와 같이 회의를 통보하니, 참석자는 00월 00일까지 참석 여부를 회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일반적으로 첫 인사말에 해당하는 내용은 전체적인 메일을 요약하는 문장으로 대체하도록 하자.)


1. 일정 및 장소 : 0000년 0월0일 14:00시 본사 회의실 702호

2. 참석 대상 :

- ㅇㅇㅇ 신상품 개발 담당자

- 홍보 채널 운영 및 기획 담당자

- 마케팅 실무 담당자

- ㅇㅇㅇ 신상품 광고 시안 광고 대행사

3. 회의 내용 : ㅇㅇㅇ 신상품 광고 시안 검토 및 홍보/광고 방안 협의(1차)

- 광고 대행사가 제작한 시안을 검토 후 변경 혹은 확정 예정

- 광고 시안을 확정 후 홍보/광고 방안 협의 및 채널 확정

- 광고 시점 및 향후 2차 시안 일정 검토

4. 기타

- 참석 여부 및 참석 명단은 00월 00일까지 본 메일로 회신바라며, 참석 불가 시

가능한 일정 혹은 대행 참석자를 통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위에서 샘플로 작성한 메일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이메일의 기능에 회의 일정을 공유하고, 해당 브라우저에 알람해 주는 기능도 사용할 수 있으니, 이런 기능도 추천한다. 다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회사에서 작성하는 이메일은 단순히 '말'을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업무'를 '진행'하는 수단임을 잊지말자는 것이다. 내가 쓰는 이메일이 나의, 혹은 우리 부서의 업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지금 진행하고 있는 업무의 불필요한 단계를 줄일 수 있도록 최대한 집약적으로 작성하라는 것이다. 물론, 구조화된 내용으로 소제목을 구성하고 해당 소제목 밑에 구체적인 내용이 나열되었는지, 발송 전 여러번 읽고 다듬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함은 당연함 말씀이되겠다. 더불어, 내가 보낸 메일을 통해 상대방은 나의 업무가 얼마나 프로페셔널한지까지 가늠해 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회사에서 이메일쓰기(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