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이메일의 모든 것이다.
이제 세상은 온라인으로 돌아간다. 한 사람의 정체성은 더이상 그 사람의 외모, 복장, 말씨와 같은 것으로만 판단되어지지 않고, 어떤 게임을 하는지, SNS에는 어떤 사진을 올리는지, 채팅창에는 어떤 캐릭터를 쓰는지와 같은 사이버 공간에서 드러나는 크고 작은 표현들로도 결정되어 질 수 있다.
심지어 온라인에서만 돌아가는 세상도 있다. 메타버스나 가상화폐와 같은 것들은 오프라인의 세상에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그 실체를 찾아낼 수 없다. 이러한 세상속에서 기업은 다양한 방법으로 고객과, 경쟁사와, 시장과 그리고 내부적으로 소통하고 있는데, 오늘은 회사에서 이메일을 통해 소통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메일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제목이다. 이메일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채널이라고 알고 있지만, 그것은 상대방이 나의 이메일을 읽었을 때에나 가능한 이야기다. 누군가 나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비로소 내가 꽃이 되는 것처럼, 상대방이 나의 이메일을 읽지 않는다면, 나의 이메일은 스팸이나 다름없다. 나의, 혹은 부서의 사서함에 들어와 있는 무수히 쌓인 이메일 중에서 내용을 짐작할 수 없는, 혹은 담당자에게 전달해 줄 수 없는 이메일이 되지 않으려면 무조건 제목을 잘 써야 한다. 내용이 무엇인지, 중요도는 어떠한지, 기한이 언제인지, 이 이메일을 읽어야 할 당사자는 누구인지 등의 정보를 담은 제목으로 쓰도록 한다.
우선, 내가 쓰는 메일이 사내 메일인지, 사외로 전달될 메일인지 분류한다. 사내 메일이라면 [보고], [상신], [공지] 등의 카테고리로 분류해 주자. 메일을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지금 받아보는 메일이 단순히 사내 공지 사항인지, 비용에 대한 지급을 결정해야하는 의사결정을 요구하는 메일인지만 알아도, 문서의 중요도를 파악할 수 있다. 물론, 중요도에 따라 [중요], [긴급], [기밀] 등의 카테고리도 가능하다. 이렇게 첫 번째 분류를 마쳤다면, 이메일의 본문에 전개될 내용을 요약하는 3~5단어를 선택한다. 예를 들어, 모월 모일 진행될 신제품 홍보 및 마케팅 방안을 협의하고자 관련 부서에 미팅콜을 하는 메일을 쓴다고 가정해 보자. 이 본문을 3~5개의 단어로 요약하자면, '회의 통보', '신제품 협의', '일정' 등으로 간추릴 수 있다. '회의 통보'는 제목의 맨앞에 [회의 안내] 정도로 분류하고, 본문의 내용을 요약하여 ' 신제품 홍보 및 마케팅 방안 협의' 정도로 요약하여, ' [1/25 회의 안내] ㅇㅇㅇ 신제품 홍보 및 마케팅 방안 협의' 정도로 쓰면 적당할 것 같다. 상대방이 해당 이메일의 내용을 클릭해 보기 전에 회의 일정, 회의 목적을 알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관련자는 이 메일의 내용을 개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 쓰는 메일이 사외 문서라면, 회사명이나, 사업분야, 전담 부서 등을 이메일 제목의 첫 카테고리로 묶어주면 좋다. 기업은 파트너사 별로 업무를 분류하거나, 사업의 특성이나 중요도에 따라 부서를 배정할 수 있으므로, 받는 사람이 어느 회사에서 온 메일인지, 어떤 부서로 배정해야 하는 업무인지를 제목만 보고도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우리 회사가 ㅇㅇㅇ 신제품 홍보 및 마케팅 방안을 대행 에이전시와 협의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 [**전자] ㅇㅇㅇ 신제품 홍보 및 마케팅 방안 회의 참석요청' 정도로 보내면 이 메일을 받은 에이전시는 해당 메일을 **전자를 담당하는 영업 담당자와 홍보 실무자 혹은 마케팅 실무자에게 정확히 공유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여러번에 걸쳐 진행될 회의라면, 제목에 '1차' 등의 순서를 추가해도 좋다.
그렇다면, 상대방이 보내 온 메일에 대한 회신 목적의 메일은 제목을 어떻게 작성하면 좋을까? 가장 합리적인 답안은 'Re; [**전자] ㅇㅇㅇ 신제품 홍보 및 마케팅 방안 회의 요청'이다. 이 단순한 회신 문구 'Re;'야말로 해당 메일 내용의 발신자 및 관련자를 지정하고, 메일의 내용을 대표하는 제목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에 메일의 발신자가 회의의 참석여부와 명단을 요청했다면, 이 제목만으로도 그에 대한 상대방의 회신임을 예측할 수 있다. 내가 실무자가 아닌데, 잘못 지정된 메일이거나, 추가 관련자에게 공유하는 목적이라면 'Fwd;'를 해주면 된다. 이때, 추가된 이메일 주소는 메일의 발신자에게 해당 메일의 정확한 담당자를 알게 해주거나, 누군가 확인 후 메일을 진행시키고 있다는 상황을 가늠하는데 좋은 정보가 될 수 있다.
정리를 하자면, 메일의 제목은 지금 작성하는 메일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에도 수십개, 수백개가 쌓이는 이메일 속에서 나의 메일이 '읽음'의 상태가 되려면, 본문의 내용을 대표하는 내용을 포함함과 동시에, 담당자, 기한, 중요도, 순서 등의 기능을 함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보내는 메일이 향후 부서 간, 담당자 간에 'Re;'를 달고 수없이 오고 갈 것을 상상해 보라. 미지의 땅에 처음 깃발을 꽂는 개척자의 마음으로 단어 하나, 기호 하나에 정성을 기울여 제목을 채택해야 할 것이다. (이메일 본문쓰기는 '회사에서 이메일쓰기(2)'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