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있다.
내 나이 벌써 마흔 다섯이니, 약 37년전에 엄마한테 들었던 이야기다.
나는 섬마을에서 태어나서 중3때까지 고향에서 살았다. 당시 아버지는 작은 서점을 운영했고, 어머니는 미역 공장에 다니셨다. 1988년 경 우리 섬보다 작은 섬 교회에 전도사님 한 분이 부임하셨다. 배로 약 20분 걸리는 곳이고, 전도사님은 일주일에 한 번은 우리 섬으로 건너 오셨다. 여자 전도사님이셨고, 어머니는 그 분이 우리 섬에 올 때면 늘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며 지극정성으로 모셨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귀한 주의 종에게는 잘해야 하는 벱이여] 라고 하시면서.
전도사님은 우리 집에서 파는 카세트 테이프가 딸린 세계문학전집이라던지, 전래 동화 등을 좋아하셨고, 어머니는 그것들을 전도사님께 선물로 그냥 드렸다. 전도사님은 그 세계문학이나 전래 동화 테이프를, 집안일을 하면서 틀어놓으면 적적하지 않으시다고 웃으셨다.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여느 섬 마을처럼, 우리 지방에도 풍어를 기원하거나, 해상 사고를 방지하고자 커다랗고 오래된 당산나무에서 주기적으로 제사를 지냈다. 전도사님은 어느 날 그 당산 나무 그늘 아래에서 쉬시다가, 그 나뭇가지를 잡아당겨서 꺾으셨나 보다. 일부러인지, 우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고, 그 나무를 건들면 큰 일 난다고 한 마디씩 거들었다. '오메, 그라고 나무를 꺾으면 하늘이 노하지라. 언능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하쇼잉.' 전도사님은 나뭇가지를 당겨서 더 뿌러 뜨리면서, 큰소리로 사람들에게 말했다.
[여보씨요들, 보씨요잉. 내가 이 나무를 이라고 발로 차불고, 이라고 나뭇가지를 뿐질러서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똑똑이 보씨요잉. 내가 무사한지 어짠지. 이깟 나무가 뭐시라고. 하나님은 훠얼씬 위대하고 크신 분이다 이 말이요. 요런 나무가 뭐시당께요. 하나님이 천지도 만들고 이 나무도 만들었당께요.]
사람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짐작했듯이 전도사님께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암씨롱도 안했다.
시골 마을의 문화를 존중해야 하는 측면도 맞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전도사님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전도 방식이었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직접 증인이자 증거가 되어 보이는 것이다.
*
나는 겁을 잔뜩 집어 먹거나, 용기가 필요할 일이 있을때면 불쑥 이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리고는 전도사님의 말씀을 들려주면서,
'아야 겁먹을 필요 하나 없어야, 하나님 믿는 사람들은 암씨롱도 안해'하는 엄마의 추임새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면 거짓말처럼 용기가 차오르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