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도 어떤 말도

by 꼬르따도

우연히 듣게 된 노래인데, 하루종일 멜로디가 귓가에 맴돈다. 아침에 애들 아침 준비하면서 흥얼댔더니, 다섯살 둘 째가 따라한다. 아빠 이거 무슨 노래야?


요새 좋아하는 예능인 겸 가수가 있는데, '어떤 날도 어떤 말도'를 리메이크한 가수 오존이다. 카더가든 유튜브에 함께 나오면 쉴새 없이 주고받는 만담의 티키타카 호흡이 좋다. 주로 놀리기 쉬운 대상으로 탱커 역할을 한다. 사람들이 놀리면 허허허 웃어 넘기는 그 태도가 참 좋더라. 근데, 반전은 노래도 잘하고, 운동도 잘한다는 점이다. 그가 부른 노래를 들으면서 요새는 출퇴근을 한다. 목소리가 그냥 악기다, 잔잔하게 힘을 빼고 부르는데 너무 듣기 좋다. 게다가 반전으로 아이엠복서라는 복싱 예능에도 출연하고 있다.


허허허 웃어 넘기는 것, 이거 참 내공이 필요한 일이다. 남들이 놀릴 때, 가벼운 웃음거리가 되는 건 웃어넘길 수 있는데, 수위를 높인 조롱에 본인이 웃긴게 아니라 우스워질때, 얼굴이 빨개지지 않고 반격하는 힘이 필요하다. '아니 그건 선 넘은 거 아니냐고!' 웃긴 사람이 단단한 자존감을 가지고 있으면 우스워지지 않는다. 편한 사람에게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선을 넘고 무례하게 행동하는데, 이 때 단단하게 이 선을 넘지 말라고 알려주면 좋다. 사회생활할 때 도 이 선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 회사에 신입사원이 들어왔는데, 애가 참 야무지다. 들어오자 마자, 선배가 '나 회사 없으면 니가 이 일 다해야하니 열심히 배워'라고 하면, 웃으면서 가스라이팅 하시지 말라고 하고, 짱개나 빨갱이 같은 단어가 튀어 나오면 '혐오 표현 좀 자제해달라'고 웃으면서 얘기한다. 참 단단한 자존감을 가진 아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지난 주는 어머니 생신이라 고향엘 다녀왔다. 부모님 두 분이 편찮으셔서, 다녀오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두 분이서 오손도손 행복하게 잘 지내면 모르겠는데, 두 분이서 말다툼이라도 할라치면 더 마음이 뒤숭숭해진다. 몸이 아픈 탓에 쉽게 짜증이 나고 화가 나는 듯 하다. 좋은 날에 갑자기 어머니가 어떤 사안이 트리거링이 되어 화를 주체하지 못하시면, 나는 그 모습에서 회사에서 갑자기 화를 내는 내 모습이 오버랩된다.


어머니는 부모님과 남편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셨다. 형편도 좋지 않아, 평생 논 밭, 그리고 공장에서 일하셨다. 이제 여든을 바라보니, 그 옛날 일들이 너무 서운하신가 보더라. 나도 사실 부모님께 그렇게 살가운 편은 아니어서, 서울로 돌아오는 내내 좀 더 다정하고 사랑을 베푸는 아들이 되어야지 다짐하게 됐다. 일주일에 3번 이상은 전화도 꼬박꼬박 드려야지 하고.


서운함과 섭섭함이 갑자기 밀물처럼 들어올 때가 있다. 남들과 비교하고, 열들감에 폭발할 때도 있다. 가만히 있다가도, 잠잠해 보이다가도, 그럴 때 갑자기 누군가 건들면 말이 거칠게 나온다. 호수에서 움직이는 오리처럼, 겉으로는 유유자적하나, 내면은 열등감을 감추려 힘차게 발길 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게 나의 자아가 비대하고, 자기애가 너무 크다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상은 항상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세상은 내게만 불친절한 것 같은 느낌. 이게 바로 자기애가 충분하고, 비대하다는 증거로 보인다.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바보들의 이야기라고.

(남궁옥분님의 노래 가사 중, 옥분누나의 목소리가 꾀꼬리 같다.)


마음이 넉넉한 사람은 바보가 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세상은 자꾸 바보를 이래저래 이용하려 하고 쉬운 사람이라면서 지켜야 할 선을 부지불식간에 넘는다. 그래서 우리는 복싱을 해서라도, 웃기는 사람이되 우스운 사람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남이 선을 넘을라 치면, 치직 (이건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여 봐바 입은 가만히 있잖여) 빠른 주먹질로 상대방의 강냉이 세 개 정도는 순식간에 털어버릴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런 단단한 자존감과 본인을 지킬 수 있는 보호장구가 구비될 때, 그 때 자기애를 남들에 대한 관심으로 바꿀 여력이 생긴다. 이게 바로 내 비대한 자기애를 다이어트 할 수 있는 방법이랄까.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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