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환과 나는 동갑이다. 근데, 허경환은 자기 관리를 너무 잘했다. 그 나이로 보이지 않는다. 아내도 유튜브에서 허경환을 보더니, "진짜 오빠랑 나이가 같아?" 했다.
그제는 협력사와 미팅을 했는데
여러번 봤던 협력사 팀장이 갑자기 말했다.
"우리 같이 반백살인 사람은 이제 살려고 운동하는거죠"
네...?
우리 같은 이라니..
"팀장님 오랜만에 봤는데, 이렇게 무례하시기예요?"
다들 웃음이 터졌다.
"아 책임님 97학번 아니세요?"
"00 나잇대입니다. 재수해서 01이지만요."
"아, 제 동생이 81인데. 제 동생보다는 어려보여요."
요새 야뇨로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이래저래 일이다 이사다 신경쓸게 많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피부가 갈수록 푸석하다. 눈도 침침하고. 고장난 곳도 하나 둘 생기고. 내가 지금 이렇게 늙어가는구나 아침마다 거울을 보면서 깨닫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나이 들었다 소리를 들으니 불쑥 서글퍼졌다. 왜냐면 협력사 간 미팅은 입에 발린 말만 오가기도 바쁜 시간들인데. 나와 같은 나잇대로 본 건 진심이었다는 말이다. 엉엉.
다시 허경환 이야기로 돌아와서,
내가 관심 있는 사람들은 죄다 사고를 치던데, 허경환은 늦게 빛을 본 만큼 롱런하길 바란다. 무해한 개그를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남을 비방하지 않고, 남 이야기로 웃기지 않고 오로지 본인을 희생하여 웃기는 사람들. 허경환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길고긴 시간을 거쳐, 마흔 여섯에 기회가 왔다.
이리 둘낍니까. 놀면 뭐하니에 고정 멤버로 아직 확답을 듣지 못해 그가 내뱉은 말이다.
내 이리 둘낍니까.
이게 요새 나를 대변하는 말이라 생각했다.
나 지금 이게 맞나, 이 위치가 맞나, 이 정도가 맞나, 이 연봉이 맞나, 이 자산이 맞나, 비교하면 끝이 없다. 자꾸만 조급하고 뒤쳐지는 것 같아 초조했다.
하지만,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 허경화니 처럼. 그치만 또 한 편으로는 지금의 내 생활이 꽤나 안정적이라 내 마음속에 '비교하는 마음'만 거둬낸다면 꽤 괜찮은 삶이라 자조한다. 자족한다.
남이 봐도 내가 봐도, 진짜 괜찮고, 다 좋다니까.
그러니까 항상 내 마음만 잘 붙들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