뿡뿡이에 대한 단상
아침 출근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도중 앞에 계신 분이 방귀를 뀌셨다. 롱패딩 사이로 슬금슬금 흘러나온 냄새. 비염으로 냄새를 잘못 맡는 내 코 사이로 들어온 냄새. 그렇게 흘러 들어온 냄새는 내 유년시절 뿡뿡이를 불러일으켰다.
2000년대 초중반 뿡뿡이는 지금의 펭수보다 뛰어난 스타였다. 간혹 아저씨들이 "지금의 유재석보다 옛날에 김국진이 훨씬 인기가 많았어"라고 말하면 그 시절 김국진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는데, 나는 둘의 관계를 뿡뿡이와 펭수를 떠올리며 이해한다.
뿡뿡이는 이름대로 방귀를 뀌는 캐릭터다. 똥, 방귀, 설사만 들으면 배꼽 빠질듯 웃는 3~6살 아이들을 제대로 겨냥했다.
방귀는 그야말로 Magic이다. 무슨 문제만 생기면 방귀를 뀌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준다. 도깨비 방망이와 같은 느낌이랄까. 먼 타국의 요술램프 요정 '지니'는 세 가지 소원만 들어주던데, 우리 토종 캐릭터인 뿡뿡이는 횟수 제한이 없다. 약 20년 간 매주 방영했으니, 한 회에 3번 정도 뀌었다고 본다면 1년이 52주니, 3120번이나 뀐 셈이다.
KT에서 지니의 초능력에 착안해 기가지니를 만들었는데, KT가 진정한 Korea Telecom이라면 "기가뿡뿡"으로 새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다만 짜잔형이 걱정이다. 뿡뿡이의 방귀 냄새가 지독해서, 매번 코를 막고 괴로워 하던 짜잔형. 20년간 3120번이나 지독한 냄새를 맡았던 짜잔형의 노고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어렸을 때 짜잔형을 짜장형이라 불렀는데, 그에 대해서도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뿡뿡이한테 유제품 회사가 협찬이라도 해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유산균은 장 건강을 활발히 해 준다. 뿡뿡이의 방귀 횟수는 증가하고 냄새는 줄어들테니, 뿡뿡이나 짜잔형 입장에 좋다.
안타깝게도 뿡뿡이는 2022년 8월 25일을 마지막으로 종영했다. 종영하기 2년 전쯤부터 변화하는 시대상에 따라가고자 성형수술을 감행하였으나 별 수 없었다. 펭수나 뽀로로를 비롯한 다른 EBS 캐릭터들은 개인 유튜브 채널도 있다는데, 뿡뿡이는 그마저도 없다.
늦었지만 22년 동안 근속한 뿡뿡이의 정년퇴임을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