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꿈 : 8
누구의 시선도 닿지 않고
말로 꾸며야 할 이유도 사라진 시간.
아무것도 없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모든 것이 한꺼번에 밀려와
가슴 안에 가만히 쌓이는 밤.
그 속에서 나는 숨기지 않는다.
괜찮은 척 접어 두었던 외로움,
이름 붙이지 못한 슬픔,
낮 동안 다듬어 놓은 표정들을
하나씩 벗겨
어둠에 그대로 내어 놓는다.
밤은 묻지 않고,
밤은 판단하지 않으며,
그저 조용히 받아 안는다.
그러나 새벽이 오면
나는 다시 경계의 인간이 된다.
말을 고르고,
마음을 숨기고,
웃음과 침묵 사이의 적당한 거리를 재며
세상과 나 사이에 선을 긋는다.
밤에 흘린 감정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옷깃 속으로 밀어 넣고
또 하루를 살아낼 준비를 한다.
지긋지긋한 이 겨울이
새벽 같았으면 좋겠다.
끝없이 길지 않고,
차갑기만 하지 않은,
한밤을 지나기 위한
잠깐의 어둠이었으면 좋겠다.
긴 밤을 견디고 나면
마침내 봄이 와서
차가운 숨을 풀어주고
굳어 있던 마음에
조심스럽게 온기를 얹어 주기를.
그렇게 온 봄은
다시는 겨울로 돌아가지 말고,
햇살이 가장 높이 머무는
뜨거운 여름에
오래, 아주 오래 머물렀으면 좋겠다.
외로움이 마르기 전,
슬픔이 추억으로 바래기 전까지
마음이 다시 얼지 않도록.
꽃이 피는 계절을
너와 가장 먼저 맞이하고
뜨거운 여름의 태양에
너와 가장 먼저 그을리고 싶다.
그렇게 깊은 밤을 통과한
나는,
계절처럼 돌아가지 않을 행복을
한 번쯤은 끝까지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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