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四季)

겨울, 꿈 : 7

by 헬리오스


사계(四季)

겨울, 꿈 : 7


손끝에 닿는 바람이 아직 차가웠던 봄.

말보다 숨이 먼저 흔들렸던 봄.

새잎이 자기 몸을 믿고 처음의 빛을 받아들이듯,

서툰 마음은 맑은 마음으로

서로를 향해 고개를 들었고,

연둣빛 보리싹처럼 조용히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 봄은 그렇게 숨을 쉬기 시작했다.

오래전 잠겨 있던

기억의 문이 조용히 열리듯.


여름날,

능소화가 벽을 타고 오르며

불처럼 피어오르던 계절.

붉은 꽃잎이 햇살에 젖어 흔들릴 때,

욕망은 더 뜨거워졌고

사랑은 그늘을 잃은 채

노출된 체온으로 살아 있었다.

꺽여진 목을 가진 꽃처럼

그늘 없는 햇살 아래서 상처마저 숨기지 못한 채,

서로의 열기에 기대어

사랑이란 태워야만 남는 것임을

그들은 꽃잎처럼 몸으로 배워갔다.


가을은

단풍의 붉은 언어로

그들에게 말을 걸어왔다.

잎마다 다른 색을 품고

저마다의 이유와 속도로 물들어 가는 숲처럼

그들의 하루하루도 천천히 농익어 갔다.

말하지 않아도 눈빛 하나로 충분했고,

떨어짐마저 아름다운 풍경이 되는 계절 속에서

그들은 사랑의 충만함을 알아갔다.


겨울,

차가운 눈이 세상을 덮을 때 그둘은 더 가까이 앉았다.

몸은 차가웠지만

숨결은 더 따뜻해졌고,

하얀 침묵 속에서도

사랑은 가장 선명한 온기로 남아 있었다.

눈이 모든 소리를 덮어도

둘의 시간은 지워지지 않았다.


사계절을 건너

그들은 서로의 몸에 계절을 남겼다.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은 서로의 이름으로 이어졌고,

푸름과 열기, 붉음과 차가움

그 모든 감각은 끝내 하나의 숨결로 이어졌다.


그것은 함께 지나온 계절들이

몸에 남긴 하나의 풍경이고,

지금도 안쪽에서

다시 뜨거워지고 있는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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