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꿈 : 9
어쩔 수 없이 혼자가 되었던
차가운 겨울 밤,
누군가를 기다리게 만든
지독한 외로움의 겨울 밤.
그래서 나는 이 겨울,
한여름의 나른한 고독이 그립다.
아무것도 재촉하지 않는 오후의 해변에서
태양은 한낮의 긴장을 이미 내려놓고,
직선이 아니라
부드러운 곡선으로 모래 위에 흐른다.
그리고 바다는 숨을 고르듯
느린 박자로
물결을 밀어 올린다.
이 겨울의 지독한 외로움은
내가 선택하지 못한 혼자임이다.
문을 닫아도 바람이 스며들고,
불을 켜도 방은 쉽게 체온을 얻지 못한다.
눈은 세상을 덮지만
내 발자국만 더 또렷해진다.
그 발자국에서 나는
혼자 남겨졌다는 사실만을
매번 확인한다.
함께라면 아무 일도 아니었을
차가운 공기와
긴 밤과
말을 잃은 침묵이 유난히 아프다.
이 외로움은
사람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닿을 수 없다는 감각이다.
부를 이름이 있는데
소리가 닿지 않는 것,
기다릴 마음이 남아 있는데
시간이 나를 외면하는 것.
이 겨울은 이렇게
언제나
마음보다 먼저 어두워진다.
그래서 나는 이 겨울,
한여름의 고독이 그립다.
그것은 내가 스스로 선택한 거리,
한 걸음 물러나
나에게 허락한 자리다.
뜨거운 여름,
태양이 작렬하는 해변의 모래위에
아무 말도 필요 없이 누워 있을 때처럼.
주변엔 웃음도 음악도 넘치지만
나는 그 모든 소음에서
기꺼이 한 걸음 물러나
햇빛만을 몸 위에 올려두고 싶다.
여름의 고독은
비어 있음이 아니라
넘치지 않겠다는 선택이다.
누군가를 밀어낸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시간.
파도가 와도
굳이 맞서지 않고,
사라져도
붙잡지 않는다.
그래서 여름의 고독은
외롭지 않다.
오히려 몸은 따뜻하고
생각은 느리며
시간은 나를
더 이상 재촉하지 않는다.
아무에게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이 온전한 혼자의 기쁨.
기꺼이 혼자를 택했던 뜨거운 여름 낮,
기다리지 않아도 괜찮게 만든 고독의 여름 낮.
그래서 나는 이 겨울,
한여름의 나른한 고독이
더욱 그립다.
언젠가 눈 덮인 이 겨울이 다시 오더라도
지금의 이 차가운 외로움만은
다시 선택하고 싶지 않다.
팔다리를 길게 늘이게 만드는
여름의 무한한 나른함속에서
그저
쉬어가고 싶다.
그리고 다시
태양 아래의 해변으로 돌아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충만한
그 여름의 고독 속에서
오래도록
머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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