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꿈 : 14
장 보러 갔더니
냉이가 너무 좋았습니다.
벌써 냉이 철입니다.
진열대 사이로
봄나물들이 하나둘 숨을 쉬고,
그 향기가 좋아
마음이 그냥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몇 자 적었습니다.
냉이 된장국이 끓는다.
김 사이로 올라오는 향기 속에
산과 들이 함께 숨을 쉰다.
부엌은 잠시 계절의 입구가 된다.
겨울은 문밖에 서 있고
봄은 냄새로 먼저 들어온다.
땅은 아직 단단한데
냉이가 먼저 향기를 배운다.
눈 밑에서 익힌 초록은
부엌으로 천천히 걸어온다.
된장에 조심스레 버무리면
쌉쌀한 잎 사이로 구수한 시간이 번진다.
차가운 겨울이 따뜻한 손맛에 풀린다.
냉이 무침 한 젓가락,
입안에 닿는 순간 흙냄새와 햇살이 함께 열린다.
아직 오지 않은 봄이 혀끝에서 먼저 인사한다.
그래서 겨울에 만나는 냉이는
반찬이 아니라 예감이다.
계절이 몰래 보내는 수줍은 사랑의 편지다.
이 맘때쯤의 냉이 향기는
추위를 견디는 법이 아니라
봄을 먼저 살아보는
가장 따뜻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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