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햇살.

겨울, 꿈 : 13

by 헬리오스


겨울 햇살.

겨울, 꿈 : 13


숨을 쉬면 공기가 유리처럼 부서진다.

거리의 나무들은 말이 없고

시간마저 얼어붙은 듯 고요하다.

차가운 숨을 들이키면

폐 속에서는 겨울이 접힌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무균실처럼 맑고

태양은 철없이 따사롭다.

차가운 세계 한가운데서

구름은 휴가를 갔고

저 태양만 남아

과속으로 빛을 남용한다.


손끝은 얼어가는데 마음은 자꾸 풀리고,

눈 위에 서 있으면서도

봄의 냄새를 먼저 맡는다.

혼자만 다른 계절을 품은 것처럼

빛이 가슴을 조용히 두드리고,

계절이 순서를 어기고

내 안으로 침입해 온다.


여름의 바람,

연두빛의 오후,

아직 피지 않은 꽃들이

가슴속에서 먼저 흔들리면서,

아무 이유 없이 웃던 계절이

이 겨울 한복판으로 슬며시 걸어온다.


세상은 얼어 있는데

나만 살짝 들떠 있다.

차가움 위에 내려앉은 햇살처럼

이유 없이 따뜻해지는 이 순간.


나는 지금

겨울을 밟고 있지만

몸속에서는

이미 벚꽃이 소란스럽다.


그래,

누구나 한 번쯤

이렇게 계절을 앞질러

마음부터 피워본 적 있지 않은가.





#겨울 #햇살 #봄 #태양 #유리 #벚꽃 #구름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안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