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어본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10년도 훨씬 더 지난 듯하다.. 시절이 하 수상하여 다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여전하다... 한 가지 변한 거라고는 더 답답하다는 것이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책이란 답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질문을 하는 도구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10장까지 저자는 정의를 하나의 고정된 결과로 보지 않고, 끝없이 이어지는 과정으로 규정하며, 끊임없는 비판적 성찰과 공동선을 추구하라고 얘기한다. 정의는 도달할 수 있는 종착지가 아니라 지속적인 탐색과정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오히려 나에게 정의는 손에 닿지 않는 실체 없는 환영이며, 우리 모두가 정의라는 유령을 쫓고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과거에도 없었고 현재에도 없기에 정의는 마치 꿈결 속에서 헤매는 유령과 같아, 우리에게 그 모습을 쉽게 내어주지 않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여전히 별로 정의롭지 않은 우리와 정의의 연결점이 어디일지 고민한다.
세상은 결코 내가 믿는 정의로움에 맞춰지지 않으리라는 걸 알지만, 강자의 힘이 곧 정의로 여겨지는 현실 속에서,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 자체로 대하라”는 칸트의 외침은 여전히 허공을 가르는 메아리처럼 공허하게 들린다.
동시에,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최근의 중동, 미국 및 유럽의 사태를 보며 아이히만이 가진 '악의 평범성'과 '비사유의 죄악'을 기록했던 한나 아렌트의 통찰과 “민주주의자 없이는 민주주의도 없다”라고 외친 바이마르 공화국의 프리드리히 에버트의 말에 다시 한번 주목하게 된다.
책 속에서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기관차는 현실 속에서는 공리주의 외의 다른 정의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만 보여주며 우리에게 이런 슬프고도 불가능한 질문을 던진다. 만약 과거로 돌아가 아기 히틀러를 죽였다면, 과연 인류는 그로 인한 대규모 학살을 막을 수 있었을까? 그리고 세상은 지금보다 더 정의로워졌을까? 이것이 정의일까? 아니면 정의롭지 않더라도 더 행복하고 자유로운 세상이 되었을까?
이렇게 '정의란 무엇인가'는 씁쓸한 여운만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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