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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원의 문 앞에서 빛을 향해 걷는다.

영화 : 성 베드로 대성당과 로마의 교황청 대성당들

by 헬리오스

나는 영원의 문 앞에서 빛을 향해 걷는다


영화 : 성 베드로 대성당과 로마의 교황청 대성당들 (St. Peter's and the Papal Basilicas of Rome)


인간은 수많은 건축물을 남겼다.

권력은 땅 위에 성을 세웠고, 신앙은 하늘을 향해 성당을 세웠다.

성은 사람들을 가두었지만, 성당은 영혼을 열었다.

성은 벽 안의 자들을 위해 존재했지만,

성당은 벽 너머의 세계를 품는다.


시간은 인간의 손길을 덮어버리며,

한때 세상을 지배했던 성들은 이제 박명(薄明)의 빛 속에 멈춰 서 있다.

권력의 욕망으로 쌓아 올린 돌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다

왕궁은 박물관이 되었고, 성채는 돌무더기가 되었다.

그 안을 채웠던 목소리들은 흩어지고, 문장은 지워졌으며,

남은 것은 벽과 바람뿐이다.


성은 더 이상 주인을 가지지 않는다.

저 아름다운 알함브라 궁전도 이제는

관광객들의 사진 속 배경이 된 지 오래다.

인간이 세운 권력의 공간은 결국 시간이 멈춰버린 곳이 된다


그러나 기도를 위한 공간은 다르다.

수백 년의 세월이 지나도, 성당은 여전히 인간의 기도를 담고 있다.

성당은 시간을 초월해, 언제나 ‘현재’로 존재한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 문턱을 넘고, 촛불을 밝히며, 빛을 향해 손을 모은다.

기도가 이어지는 한, 성당은 멈추지 않는다.


누군가는 여기서 멈추고,

누군가는 여기서 다시 걷는다.

그러나 누구도 길 위에 영원히 머물지는 않는다.


25년 만에 열린 희년의 문, 그리고 로마의 대성당들

희년(聖年, Jubilee Year)의 해를 맞아, 영화 성 베드로 대성당과 로마의 교황청 대성당들 (St. Peter's and the Papal Basilicas of Rome)이 개봉되었다.


영화는 성 베드로 대성당의 거대한 ‘성문(聖門, Porta Santa)’이 열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25년마다 한 번, 교황이 직접 성문을 열어 신앙의 새로운 출발을 선언하는 순간,

문이 열리는 것은 단순한 의식이 아니다.

그 순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신과 인간이 다시 만난다.

죄와 용서를 넘어서는 여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문을 통과하는 일도 단순한 입장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순례, 하나의 변화이다.

성당의 차가운 돌바닥을 밟으며 성문을 넘어가는 그들의 발걸음, 그것은 신을 향해 내딛는 또 다른 시작이었다.


이 장면은 영화의 전체 주제와 맞닿아 있다.

로마의 네 개의 대성당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다.

그것들은 ‘문’이다.

인간이 하늘을 향해 다가가기 위해 만든 문.

닫혀 있다가도, 희년이 올 때마다 다시 열리는 문.

그리고 그 문을 넘을 때, 우리는 새로운 빛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이렇게 희년의 문이 열릴 때, 로마의 대성당들은 다시금 영원으로 이어지는 다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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