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암처럼
처음엔 그랬다.
용암처럼 나는 너를 향해 흘렀다.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불꽃을 안고, 태울 듯한 열기로,
길을 가리지 않은 채 너에게 닿고자 흘러갔다.
너는 나를 보았다. 그러나 다가오지 않았다.
나는 너의 그림자를 따라 흘렀고,
너의 발자국으로 패인 땅을 덮으며,
너에게 닿으려 했다.
그러나 너는 점점 더 멀어졌고,
나는 점점 더 느려졌고, 열기는 점점 식어갔다.
뜨거운 것은 오래 흐르지 못한다.
불타던 감정도, 타오르던 순간도,
더 이상 스스로를 태우지 못하면 그저 굳어져 버린다.
내 마음은 이제 검게 굳어버린 바위가 되었다.
움직이지도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얼마나 오래도록 남아 있을지 모른 채.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채.
나는 아직 너를 향해 흐르고 싶은데,
길이 막혀 멈춰 버린 용암처럼,
검게 변해 굳어 버린 용암처럼,
더 이상 너에게 갈 수 없다.
펄펄 끓던 사랑은 굳어버린 검은 돌이 되었다.
나는 이제 안다.
이 돌덩이 속에는 한때 타오르던 불꽃이 있었음을.
나는 흐르기를 멈췄고,
너는 멀어짐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을.
나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