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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춤

용암처럼

by 헬리오스

멈춤 : 용암처럼


처음엔 그랬다.

용암처럼 나는 너를 향해 흘렀다.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불꽃을 안고, 태울 듯한 열기로,

길을 가리지 않은 채 너에게 닿고자 흘러갔다.

너는 나를 보았다. 그러나 다가오지 않았다.

나는 너의 그림자를 따라 흘렀고,

너의 발자국으로 패인 땅을 덮으며,

너에게 닿으려 했다.

그러나 너는 점점 더 멀어졌고,

나는 점점 더 느려졌고, 열기는 점점 식어갔다.

뜨거운 것은 오래 흐르지 못한다.

불타던 감정도, 타오르던 순간도,

더 이상 스스로를 태우지 못하면 그저 굳어져 버린다.

내 마음은 이제 검게 굳어버린 바위가 되었다.

움직이지도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얼마나 오래도록 남아 있을지 모른 채.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채.

나는 아직 너를 향해 흐르고 싶은데,

길이 막혀 멈춰 버린 용암처럼,

검게 변해 굳어 버린 용암처럼,

더 이상 너에게 갈 수 없다.

펄펄 끓던 사랑은 굳어버린 검은 돌이 되었다.

나는 이제 안다.

이 돌덩이 속에는 한때 타오르던 불꽃이 있었음을.

나는 흐르기를 멈췄고,

너는 멀어짐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을.

나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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