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게 되더라도 티내지 말거나
너무 좋아하지 마.
좋아하게 되더라도 티내지 말거나.
그게 더 오래, 관계를 유지해 줄 거야.
스무 살 남짓. 그 말을 들었을 땐
치기 어린 마음에 고갤 끄덕이면서도
속으론 콧방귀를 끼었다.
내 사랑인데, 내 사랑에게 구태여
사랑을 숨길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내 세상을 온통 주고 싶은
그에게 뿐 아니라 날 아는 누구에게나
내가 그를 사랑한다고 소리치고 싶었으니까.
그만큼 그는 사랑스러웠고,
처음 사랑에 빠진 나는
그 사랑에 물들어 죽어버린대도
괜찮을 것만 같았다.
점차 변해가는 널 보며
어쩔 줄 몰라 눈물만 삼켰지만
네게 나를 지겹고 쉽게 만든 건
다름 아닌 나였다.
과한 애정공세에
허물어진 인연을 보고서야
주기만 해선 안됐었다고 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