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하지 못한 스스로를 미안해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봄이에요. 홍.
응당 따스해야 할 봄의 뒷면에
홀로 서 있는 제가 보이나요.
이제 세상은
한바탕 꽃난리로 빛의 계절을 맞이할테고
한껏 다정해질 테지만
발 끝에 걸린 햇볕 한줌의 따스함에도
눈물이 날 것만 같아요.
다정하지 못한 스스로를
미안해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다른 이의 다정에 스스로를 탓하게 되요.
봄이 싫어요 홍.
다정을 강요하는 것만 같잖아요.
다정하지 못하면, 사라져야만 할 것 같잖아요.
녹아 흘러 내린데도
빛에 가려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