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슬픔도 없었던 일 인양 살 수 있지 않을까.
섬진강에 데려다줘 홍아.
언젠가 꽃이 피고, 바람도 한결 풀어지는 그 날에
그렇게 따스한 날이 오면 우리.
이 곳을 떠나 섬진강으로 가는거야.
홍아. 그 곳은,
아주 그리운 것들이 가득한 곳이야.
어여삐 여기던 풀잎과 작은 송사리들이
사시사철 변함없이 우릴 기다리는 곳.
그럼 우리는
신선의 무릉도원이라 여기던
작은 개울의 돌계단에 앉아 발을 담그고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을 수도 있겠지.
내가 네게 주고싶었던 많은 것들이 그 곳에 있어.
안락한 하루와 따뜻한 잠자리.
대가없는 애정 같은 것들.
개나리가 화사하게 피고,
꽃비가 부산스럽게 내리는
섬진강은 우리를 과거로 데려다 줄거야.
그럼 모든 걸 잊고
다시, 다시금.
어떤 슬픔도 없었던 일인양
살 수 있지 않을까.
서럽도록 그립던 그 때에, 그 곳에서.
다시 한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