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절인 밤,
나는 멍청히 벤치에 앉아 있었고
너는 유독 기분이 좋아 보였어.
뻔히 보이는 네 마음에
눈치라곤 없는 척
딴 소릴 하며 그저 웃었던 그날.
내가 그에게 기대하던 행동들을
네가 해줄 때면. 네가
그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쓸쓸해
한숨을 쉬다 날 닮은 네가 또
처량하기 그지없어서,
괜히 네 등만 토닥거리다 울음이 터진 내 탓에
술이 다 깬 네가 어쩔 줄 몰라했었지.
아무것도 기대하지 마.
그 사람은 내게 이런 마음으로
말했겠지 널 보고 깨닫고 마는 내가
불쌍해서 울었어. 또 그런 네가 안쓰러워서.
우리가 참 안되어서.
나는 끝끝내 널 모른척할 거야.
너도 끝끝내, 전하지 말아주길 바란다면
내가 너무 이기적인 거겠지.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