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칠 용기조차 없었어.
꿈이 크는 만큼 열등감도 커져갔다.
어쭙잖은 질투심에 노력보다도
남들과 내 재능의 크기를 재기 바빴고
다른 이의 재능이 커 보이면
나는 이래서 안 되는 거라며 스스로 고개를 저었다.
모든 걸 내던져 꿈을 잡을 만한
재능이 내게 있다는 믿음을
보증수표처럼 가지고 싶었던 나는
이상을 말하면서도
꿈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리스크는 감당하고 싶지 않았다.
취미로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애써 위로하면서도 펜을 놓을 순 없었다.
어느 한쪽 만을 선택할 수 없었던
자기 변호를 줄줄이 늘어놓았지만
네가 옳았다.
나는 선택할 생각도 없이
결정을 미뤄뒀을 뿐
답은 벌써 나와있었다.
재능을 핑계 삼아 도망치고 싶었으나
포기할 용기조차 없었다.
그저 내가 비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