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다정히 안고 보듬어 주고 싶었던 너는
스스로를 사랑해야 한다는 말은
공허하게만 들렸다.
사랑스럽지 않은 것을 어떻게 해야
사랑할 수 있냐는 물음에,
자신만만하던 은사(恩師)들은 고장 난 라디오처럼
해야만 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사랑하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니다.
아끼고 싶지 않아 아끼지 못한 게 아니었다.
세상의 진리라는 그 말을 부정하진 않았으나
스스로를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몰랐다.
깨진 거울 속 금 간 그림자가 날 따라 웃는다.
누구보다 다정히 안고 보듬어 주고 싶었던
너는
왜 그리도 흉물스러운가.
깨진 거울을 들여다 보며
분으로 금을 토닥인다.
화사하게 웃는 얼굴 아래 가려진 금이
처연했으나 사람들은
쉽게 다가와 사랑을 말하고
그보다도 쉽게, 떠나갔다.
모두 내 탓인 것만 같았다.
금이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