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다만 행복했으면 좋겠어
사람의 몸이 싱크대에
구겨져 들어갈 수 있음을
너를 통해 알게 된 날.
아버지가 싫다는 말보다도,
죽고 싶다는 말보다도 먼저
저렇게 되진 않을 거라며 네가 울던 날.
폭력을 겪은 아이들은 폭력적인 사람으로 자라기 쉽데.
그 말을 하는 너는 치를 떠는 불안감에
슬퍼하지도 못하는 것처럼 보였어.
지금을 벗어나는 것만 목표로 사는데
왜 그런 소릴 들어야 하느냐고.
이렇게밖에 살지 못한 건
네 잘못이 아니라고.
네 어머니가 드디어
아버지와 이혼을 하시고 한숨 놓으며
바쁜 일상에 서로가 소원해질 무렵, 뜬금없는 전화로
어머니를 때렸다던 너는 생각보다 담담해 보였어.
너 대신 당황한 내가 횡설수설한
그 전화 이후, 너는
증발하듯 사라져 버렸지만
어디에 있던 네가
그저 웃고 있다면 좋겠다.
어떤 과거에도, 관계에도 붙잡히지 않고
너는 다만 행복했으면 좋겠어.
네가 꿈꾸던 미래처럼 행복하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