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영 그 밤이 이어지길 바랐던 설렘을 안고서도
우리가 마주 보는 방을 쓰던
기숙사에 함께 살았을 때,
없는 주제 한국 술이 그립다며
차비까지 긁어모아
기어코 소주를 마셨던 주말 기억나?
기숙사까지
걸어가긴 처음이었던 터라
한참을 헤매다,갑자기 쏟아진 소나기에
속옷까지 쫄딱 젖은 우리가
가지가지한다며 웃음만 터트리던.
그러고도 좋다고 , 날 등에 엎은 네가
비를 해치며 내달리는 통에
덩달아 우르르 뛰어다녔던 그 날
나는 네가, 우리가 너무 좋아서. 그래서
왈칵 터질 것 같은 울음만
꾹꾹 눌러 참고있었어.
연아, 나는.
영영 그 밤이 이어지길 바랐던 설렘을
안고서도 나는, 언제고 끝이 올 거란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어.
흘러가버릴 시간이 야속해서 그저, 그저.
네 목만 꼭 끌어안고 있었어.
나는 그랬어, 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