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홍 Sep 15. 2015

별 헤는 밤

고흐가 될 수 없다면 차라리


아무렇게나 헤집어진 바다를 주저앉아 보고 있었다.

파도는 있는 힘을 다해 방파제를 치며

부서져 갔다.


쏴아아. 쏴아아아.

파도가 운다. 무너지지 않는

방파제에 서러워 울고 울다

제가 무너져 버린다.


어둠에 맞닿은 하늘과 바다는

원래가 하나인 양 이어져,

달빛에 투과된 부서지는 파도에선

별이 흘러 내렸다.


지구 반대편에 앉아 별을 헤던 고흐는

이런 마음으로 별을 봤을까.


생전엔 한 점밖에 그림을 팔지 못했다던

고흐의 재능을 생각했다.


지금의 그림 값을 본다면 고흐는

어떤 표정을 지을 지 궁금했다.

어떻게 생각해봐도

나는 고흐가 될 수 없었다.

그리 될 자신은 더욱.


그러함에도

고흐가 될 수 없다면 차라리,

쏟아지는 별에 깔려 죽고 싶었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그랬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