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꿀 때야 꿈일 뿐 깨고나면
꿈이 있어 좋겠다며 네가 말했지만
연아, 난 이제 잘 모르겠어.
이게 정말 좋다고만 말할 수 있는걸까.
어느 날 누군가 세상에 물었듯,
하고 싶은 걸 찾지 못한 사람이 불행한 건지
꿈을 좇으나 닿을 수 없는 사람이 더 불행한 건지
그 답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을 테지만
꿈은 꿀 때야 꿈이지
깨면 으스러질 현실일 뿐.
꿈을 좇는다고 그 꿈을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꿈을 가질 이가
나라고도 나는 장담하지 못하겠어.
불안과 열등감으로 세웠던 많은 밤들 중
후회가 없었다고도 못하겠다.
이제 그만하면 충분하지 않냐는 부모님.
언제까지 그러고 살 거냐는 친척들.
노력의 성과로 안정된 자리를
찾아가는 너희 모습을 보면
싫어도 생각하게 돼.
사실 내 한계는 겨우 이 정도 였는데,
그 이상은 어떻게 해도 안되었던 건데
되지도 않을 일에 나는
시간 낭비를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때를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깔끔한 포기도 좋겠지만. 연아. 하지만,
그럼 그동안의 내 노력은 뭐가 되는 걸까.
전부 없었던 일로 치부해 버리기엔
악착같이 붙들던 어린 날의 내가
너무 불쌍해서, 처연해서. 애틋해서
나는 그러지도 못하겠어.
연아, 나는. 정말 그러지는 못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