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의 결과
독학으로 의대에 붙었다는
청년의 인터뷰를 보며 든 감정은
놀라움보다도 가슴을 묵직히 누르는
죄책감이었다.
그런 애틋함이 내게는 없었다.
절실함도 없었을 것이다.
되는 게 없다며 투덜거리며
친구들과 모여 두런히 신세한탄을 일삼았지만
사실은 알고 있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그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
갑자기 나타난 누군가로 인해
어느 소설들의 첫 장면처럼 극적으로
상황이 변하는 걸 상상해보기도 했으나
망상은 망상일 뿐 타인에게
무언가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변해야 한다는 걸 알았으나
변할 의지조차 없었던 스스로가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