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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홍 Oct 11. 2015

내 탓이 아니라면

왜 그들이 아닌 내가 노력해야 했던 걸까.

자조적인 욕지거리도 잠시,

내가 그렇지. 그 중얼거림에 너는

내 등을 툭 쳤다.


너는 내가 뱉어내는 험한 말들도 싫어했지만

스스로를 탓하는 말을 더  못마땅해했지.

그게 왜 내 탓이어야 하냐던 너는

그리 착하기만 해선 안된다며

안타까워했지만, 연아.


그건 분명히 말하건대 내가

속절없이 착해서 아니야.


그저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었고,

나는 그리 감정을 쏟아내기도

힘들 만큼 지쳐 있었어.

그러니, 그 일들은 내 탓이어야 해.


그게 아니라면. 내 탓이 아니라면 왜, 나는.

그런 일들을 겪고, 조롱과 멸시에 짓눌려

숨을 죽이고, 상처받고

응어리진 마음을 이겨내려

노력해야 했던 걸까.


가해자인 그들이 웃고 즐기는 동안

그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 위해

그리 애를 쓰고, 다시 서기 위해 힘겹게

노력해야 했던 내 시간들은

너무 억울해지지 않을까.


내가 그들의 사소한 즐거움을 위해

그저 휘말린  것뿐이라면.


나는 번뇌와도 같은 미움을

또 어떻게 짊어져야 하는 건지.

무얼 또 짊어져야 한다는 게


나는 무서워 연아. 무서워.

그래서 날 탓하고 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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