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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홍 Oct 15. 2015

폭식증

꾸역꾸역 밀어 넣어도 속이 허했다.


습관처럼 손을 움직이다

기어이 게워내고선

눈 안 가득 고인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

다시 음식을 집어 들었다.


버석거리는 생(生)은 풍파에 못 견뎌

차라리 스러지길 바랐으나

죽을 순 없으니 하루를 버텨야 했다.  

 

거듭된 마모에

이미 닳아 없어졌을 거라 여겼던 마음은

여태 남은 게 있었던지

항상 새롭게 무너져갔다.


목 끝까지 출렁이는 포만감에

매슥거림을 참으며 음식을 삼켰다.

텅 빈 무언가가 채워지길 바랐으나

되려 금이 가는  듯했다.


울고 싶었다. 죽고 싶었고,

모든 게 무너져 버렸으면 했고,

나만큼 모두들 불행했으면 싶었다.

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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