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정도 질투는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해
오늘은 어땠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습관처럼 묻기는 했다만
도돌이표 같은 일상을 쉼표도 없이 달리는 네게 의미 없는 물음이었을 거란 거 알아.
네 하루는 오늘도 깜빡이는 새벽별과 함께 시작됐을 테고 기껏 먹은 식사라곤
고시원 앞, 돈과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먹었을 컵밥이 전부겠지.
처음 시작던 당찬 포부가 무거워질 만큼의 해가 지났고
3바퀴가 돌아가는 올해, 너는 스스로를 죄인이라 칭했잖아.
종일 앉아 있어도 뭘 했는지 모르게 지나간 하루와
넘겨도 넘겨도 제자리걸음을 하는듯한 공부,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퇴보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상 속에
부모님의 기대도 이제는 무겁다며 홍, 네가 설풋 웃었지.
화창한 오후, 오랜 시간 앉아 자리를 지키는 것보다도
한것 없이 시간을 보낸 것만 같은 강박과
제자리걸음만 하는 듯한 스스로가,
지인의 기쁜 소식에 함께 즐거워해주지 못하는.
치졸한 질투와 열등감을 느끼는 스스로가
비참하게만 느껴져서 버티기 힘들다는 네게
겪어보지 못한 내가
어떤 말도 쉽게 할 순 없겠지만, 홍.
적어도 그 정도 질투는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해.
네가 답답한 만큼, 내내 불안했던 만큼
반동이 되어 돌아온 감정일 뿐
네가 정말 못돼 먹어서가 아니란 거 알아.
그러니 더 이상 미안해하거나
그 감정을 비난하거나, 죄책감에 못 이겨
스스로를 탓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홍. 적어도 오늘만큼은 말야.
그래도 오늘은 네 생일이잖아. 그러니까.
그냥, 그냥. 홍. 나는 그저 오늘만큼은 네가
푸근한 잠을 잤으면 좋겠어.
그 어느것에도 비참하지 않고
고민스럽지 않은 그런 잠.
오늘만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