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집으로 뭉쳐 늙고 싶진 않았다
한해 한해, 변해가는 얼굴이
이젠 눈에 보인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제야의 종을 앞두고
가는 세월이 무서웠던 것은
저물어가는 육체 탓은 아니었다.
늙어가는 정신이 어느 날 문득
부끄러움마저 잊어
뻔뻔함을 당연한
권리마냥 행세하진 않을까,
노쇠한 몽뚱이를 핑계 삼아
배려를 강요하고, 스스로의
부덕함으로 큰 소리만 낼 줄 알며
젊은 논리에게 예의 없음으로
밀어붙이는.
불혹이 넘어가면
스스로의 인상을 책임져야 한다는
옛사람들의 말은 해가 갈수록
섬뜩하게 다가왔다.
아집으로 뭉쳐 늙고 싶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