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허물어지는 순간은 왜 그리도
누군가의 기대를 받는다는 게 자랑스러울 적도 있었다.
당연하단 듯 그 기대에 부응하는 내 모습이 좋았다.
나로 인해 미소 지어진 입가가 뿌듯해
세상에 어려운 일이라곤 없을 것만 같았다.
재능이 내게 있다는 뭇 사람들의 재촉에
서둘러 세상에 나왔으나
가장 반짝인다 생각 던 보석보다도
빛나는 보석들은 세상에 널려 있었다.
분명 재능은 재능이었다.
다만 어중간한 재능이었을 뿐.
어떻게든 메워보려
발악을 해댈수록 더욱 선명히,
실망을 내색하는 얼굴이 짙어졌다.
기대가 허물어지는 순간은
왜 그리도 절절히 가슴을 치는가.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멀리 왔으나
길이 무너져 더 나아갈 길도 없어 보였다.
그러함에도, 선택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