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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홍 Feb 05. 2016

눈의 화원

달큰한 겨울이었어.


연일 이어진 동장군의 횡포에

하얗게 얼어붙은 숨이 하늘에 닿아


별이 너풀거리며 내리던

스물 몇 번째의 겨울.


고요히 쌓이는 눈은 

소복이 소리를 먹고 


그 밤은, 바람조차 조용해서

항상 소음에 섞여 있는 현실이 

되려 거짓말처럼 느껴지기도 했어.


텅 빈 공터 빼곡히 덮인 눈과

내 손에 잡힌 네 온기와

나란히 흔적을 남기던 발자국.


발자국 위로 

쌓여가는 함박눈에

내심 속이 상해 

있는 힘껏 발을 디디던, 겨울.


이젠 눈도 더는 내릴 것 같지 않아.

곧 붉은 동백이 목을 떨구며 

새 계절을 축복하겠지만


아직은 곁에 있어줘. 

끝의 끝자락까지.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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