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큰한 겨울이었어.
연일 이어진 동장군의 횡포에
하얗게 얼어붙은 숨이 하늘에 닿아
별이 너풀거리며 내리던
스물 몇 번째의 겨울.
고요히 쌓이는 눈은
소복이 소리를 먹고
그 밤은, 바람조차 조용해서
항상 소음에 섞여 있는 현실이
되려 거짓말처럼 느껴지기도 했어.
텅 빈 공터 빼곡히 덮인 눈과
내 손에 잡힌 네 온기와
나란히 흔적을 남기던 발자국.
발자국 위로
쌓여가는 함박눈에
내심 속이 상해
있는 힘껏 발을 디디던, 겨울.
이젠 눈도 더는 내릴 것 같지 않아.
곧 붉은 동백이 목을 떨구며
새 계절을 축복하겠지만
아직은 곁에 있어줘.
끝의 끝자락까지.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