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 대한 묵상
홍, 나는 내가 아닌 무언가가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냥, 내가 아닌 뭐든이요. 아니 뭐든은 아니에요.
좀 더 쓸만한 사람이라거나
그럴 수 없다면 차라리
무엇도 생각할 수 없는 어떤 것이면 좋겠어요.
요즘은 어떠하냐 물으셨지만
여전히 스스로를 사랑하기는 힘이 들어요.
어디 사랑이란게 노력으로 되던가요.
스스로를 탓해야 마음이 편한 건
제 부덕한 습관이라지만
나라는 이유로 나를 사랑할 수 있다니
그 얼마나 행복한 이야긴가요.
어머니의 사랑조차
무조건적일 순 없노라 믿는 제겐
환상에 가까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어요.
망가진 놀이동산처럼 애틋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외롭지 않길 바란다면
너무 과한 바람일까요. 홍,
코 끝 시린 유자향에 뺨이 베이면
잿빛 무지개를 걸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