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서 봤던거 같다. 여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선물... 세장의 사진중 첫번째에는 예쁜 반지케이스가 그리고 두번째 사진에는 눈시울이 붉어져 먹먹해 하는 표정의 예쁜 여자사진. 한편으로는 값비싼 다이아반지 정도를 생각하면서도 반전을 기대하며 궁금증은 증폭된다. 짜잔... 세번째 사진에는 반으로 잘린 양파가 떠억! 뭐.. 위트있다. 재밌다. 아내한테 써먹어 볼까? 하다가 그냥 밴드에 올려 친구들과 즐거움을 나누는데 만족했다. (결혼 후 한 일중 몇 안되는 잘한일에 속한다.ㅋ)
양파를 까본적이 있는가? (그렇다고??) 대단하다. 생각해보니 난 양파를 까본적이 없다. 양파 까는걸 글로 배워서 까도 까도 끝이 없다는 거, 그리고 눈물이 난다는 거 정도 알고 있다. 몇년 전 직업과 삶에 대한 고민이 나를 막아섰을 때, 난 하루에도 몇번씩 머리 속에서 양파를 까곤했다.
본질에 대해 생각했었다. 나이 40이 가까워져서야 직업과 삶에 대해 고민하다니 한심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동안 무슨 생각으로 살았나? (하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리 늦지 않은 시기였던거 같다.) 내가 하는 일의 본질을 알고 시작했나? 아니,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라도 있는건가? 희한하게 머리로 까는데도 눈물이 났다. 물론 끝도 없다고 느껴졌다.
삶과 직업을 끝까지 벗겨본적이 있는가? 군더더기 다 떨어내고 고갱이만 남도록.. 우리의 삶과 직업은 돈과 명예, 선호도, 남들의 시선 등으로 덕지덕지 늘어붙어 있다는걸 느꼈다. 물론 모든 직업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있다. 의사는 '의술과 약으로 병을 치료ㆍ진찰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으로, 검사는 '검찰권을 행사하는 사법관. 범죄를 수사하고 공소를 제기하며 재판을 집행하는 사람'으로 정의 되어있다. 내가 고민한 군인은 '군대에서 복무하는 사람. 육해공군의 장교, 부사관, 병사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명료하다. 그래서 오히려 본질을 담지는 못한다는 생각. 껍데기만 간추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의와 본질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나는 군대에서 복무하는 육군의 장교였다. 군복무에 만족했고(물론 51% 이상 만족했다는 얘기다.ㅋ) 장교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그래서 패가 돌고 차례(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위기)가 왔을 때에도 무조건 '고'를 외쳤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몇장 안남은 패를 들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본질이라는 패였다. 군인이 하는 일중 가장 중요한일, 잘해야 하는일이 뭘까? 내가 찾은 군인의 명제는 '총으로 사람을 쏘는 사람'(오해 없길 바란다. 그 전에 많은 단계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사람이란 적으로 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나를 공격해 오는 적이라는 사람이다.)
좀 더 솔직해지자면 내가 꿈꾸던 장교는 멋진 제복을 차려입고, 외국에서 교육을 받고, 가끔 TV에도 얼굴을 비추는 그런 모습이었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전시가 되면 난 기꺼이 참전을 할꺼..라 마음 먹지만) 본질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본질을 감내할 마음으로 살면서 운명과 기회가 와서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는 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본질을 회피하려는 마음으로 이 일을 계속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이런 고민이 생긴 시기에 수많은 도덕적, 가치관적, 경제적 문제가 얽혀있었기에 이런 고민이 진로를 바꾸는 전부는 아니었지만 큰 부분이었음은 확실하다.) 그래서 나는 제대했다.(무슨 소설제목 같군..ㅋ)
요즘도 나는 나의 일과 나 자신을 까고 또 깐다. 그리고 반성하고 본질에 충실하려고 노력도 한다.
국회의원의 본질은 뭘까? 환경미화원의 본질은 뭘까? 보험설계사의 본질은 뭘까? 나라는 인간의 본질은 뭘까? 본질에 충실하다면 행복하다. 아름답다. 적어도 나와 내 주위는...
나처럼 삐딱한 사람이 묻는다. 그럼 조폭도 본질에 충실하면 아름답고 행복할 수 있는가?... 아 머리 아프다. 여기까지가 나의 한계인가보다. 한계를 인정하는 모습도 아름답지 않은가?
이번 주말에 양파를 까야겠다. 이번엔 머리 속이 아닌 손으로... 설겆이는 이제 잘(여기서 잘한다는 건 빈도가 아님..ㅎ)하니까 요리도 좀 해봐야지. 양파 볶아서 카레라도 내 손으로 만들어 봐야겠다. 아내가 눈물을 흘릴까?ㅎㅎ